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2일 오후 울산시 남구 삼산동 롯데호텔 앞에서 6·1 지방선거 나서는 울산지역 후보들의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위태로워졌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약체로 평가받던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을 펼치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출하면서다. 이변이 현실화될 경우 이 위원장으로서는 정치인생에 있어 최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지방선거 전국 판세도 어려워, 계획했던 8월 전당대회 당권 도전의 길도 가로막힐 수 있다는 평가다.
22일 발표된 경인일보·모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46.6% 대 윤형선 46.9%이었고, 같은날 기호일보·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47.4% 대 윤형선 47.9%로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앞서 지난 21일 에스티아이 조사(이재명 45.8% 대 윤형선 49.5%) 이후 계속해서 이 위원장에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 모두 오차범위 이내이긴 하지만 민주당 색채가 강한 계양을 특성을 고려하면 '접전'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지난 18일 발표된 MBN·리얼미터 조사만 해도 이재명 50.8% 대 윤형선 40.9%로, 10%포인트 가까이 이 위원장이 앞섰다.
이 위원장이 지난 8일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승패에 대한 염려보다 계양을을 택한 명분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서울에서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뒤졌지만 경기와 인천에서만은 앞섰다. 특히 인천 계양을의 경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가 5선을 지낼 만큼 인천 내에서도 민주당 세가 강하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경기도 성남시 분당갑 보궐선거 대신 계양을로 선회한 것에 대한 국민의힘 공세가 예상됐고, 이를 방어하고 반격할 명분이 중요했다. 국민의힘도 이 위원장 무게감을 고려해 큰 기대 없이 지역에서 활동했던 윤형선 후보를 공천했다. 윤 후보는 중앙정치 무대에서는 무명에 가까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평가마저 나왔다.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20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계양산전통시장에서 열린 유세 운동에서 손을 흔들며 상인·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이 위원장이 예상보다 고전하는 양상이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오히려 상대 윤형선 후보가 부각됐고, 이는 지역 연고라는 대척점을 낳았다.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 출마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노린 '방탄 출마'로 규정했고, 윤 후보는 '25년 대 25일'이라는 슬로건으로 이 위원장의 무연고 약점을 파고들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계양 토박이면서 25년간 지역에서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의술을 펼친" '낭만닥터 윤사부' 띄우기에 나섰고, 윤 후보도 23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20일도 채 되지 않은 분이 계양을 놀이터쯤으로 알고, 계양 주민을 호구로 알고 우리 계양의 대변인을 하겠다고 한다"고 이 위원장을 물고 늘어졌다.
이밖에 이 위원장을 향한 강한 비호감 정서가 계양을 민심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수십명이 밤마다 떼로 몰려다니는 선거 유세방식도 주민들에게는 환영보다는 불편한 대상이 됐다는 지적이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나온다.
6·1 지방선거운동 개시일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계양경기장 선거 벽보 분류 작업장에서 계양구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이재명(왼쪽) 민주당 후보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의 선거 벽보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기 등판의 승부수를 던진 이 위원장으로서는 예상과 다르게 계양을에서마저 패배할 경우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게 된다. 첫 원내 입성과 함께, 8월 열리는 당권 도전 계획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이번 지방선거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총사령관으로서 지방선거 참패마저 더해질 경우 그의 득표력에 근본적인 회의감이 들 수도 있다.
이 위원장은 최근 판세를 인정하며 오히려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그는 이날 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조사 결과는 존중해야 한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우리 후보들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저라고 예외는 아닌 것 같다"고 인정했다. 보수에 비해 민주당 결집도가 낮다는 지적에도 "대선 패배 후유증인데 좌절감이 크게 지배하고 있어서 결집도가 좀 떨어지는 것 같다"며 "포기·좌절 상태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낮은 지방선거 투표율을 감안할 때 진영 결집력에 따라 최종 승패가 갈리는 만큼 그는 최근 곳곳에서 "투표하면 이긴다"를 외치고 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