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업계에 따르면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1일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회의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삼성 이외 여러 기업들을 만나는 자리였지만, 회의 이후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와 이 부회장이 이야기를 나눴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양사의 관계가 더욱 끈끈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퀄컴의 신형 프리미엄 칩인 스냅드래곤8 1세대를 4나노 공정으로 양산해 공급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주요 5대 매출처에는 퀄컴이 진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부 입장에선 퀄컴이 대형 고객사이자 주요 매출처이지만, 모바일용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설계, 개발하는 삼성 시스템LSI사업부는 퀄컴과 경쟁 관계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퀄컴의 스냅드래곤8 1세대와 삼성 시스템LSI가 설계·개발한 AP 엑시노스2200은 갤럭시S22 시리즈에 탑재되고 있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역할을 하는 반도체이며, 엑시노스는 시스템LSI의 모바일용 AP 브랜드이다.
때문에 시스템LSI 입장에선 퀄컴과 가까워지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갤럭시S22 시리즈에 퀄컴 칩 내재율이 갤럭시S21과 비교해 크게 상승한 것도 시스템LSI 사업부에겐 적신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퀄컴은 갤럭시S22 시리즈 출하량의 7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전작 갤럭시S21에서 퀄컴이 차지했던 45% 점유율 대비 30%p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AP 시장에서 프리미엄 칩(500달러~900달러) 시장에서 삼성전자 시스템LSI 점유율은 23%로 전년 동기(34%) 대비 10%p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이 삼성에 물량을 맡기는 대신 퀄컴의 칩을 삼성 MX에서 채택하라는 베네핏이 퀄컴에게 있었을 것”이라며 “회사 전체 경영차원에서는 파운드리사업부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는 시스템LSI 설계 기술의 한계점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삼성이 시스템LSI보다 파운드리에 힘을 싣고 있는 걸로 보여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스템LSI 독립이 회사 입장에선 이득”이라고도 했다. 팹리스 업체인 퀄컴, 미디어텍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해선 경쟁구도로 놓인 시스템LSI를 독립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선 삼성전자에게 이점이란 설명이다.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AP 설계 능력이 미국 퀄컴, 대만 미디어텍 등과 비교해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또 최근에는 시스템LSI가 설계하고 개발한 엑시노스2200이 수율이 낮아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에만 해당 칩을 탑재한 갤럭시S22 시리즈가 출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8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수성했던 저력을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스템 반도체 1위 수성을 위해선 파운드리 최강자인 TSMC를 넘어서는 게 우선 과제다. 때문에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퀄컴 등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는 등 파운드리사업부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갤럭시S22 시리즈에 탑재된 AP 엑시노스2200. (사진=삼성전자)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에선 스마트폰 사업부가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퀄컴과의 관계를 돈독히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8년 삼성전자 IM부문 매출은 100조원이다. 반도체·가전 사업부와 비교해 가장 큰 매출 사업부가 IM(현 MX)인 만큼, 스마트폰에 성능 좋은 AP를 넣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퀄컴과의 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게 실리를 챙기는 것이란 설명이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