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전기차와 함께 미래차 핵심인 수소차 인기가 한풀 꺾이고 있다. 수소차 관련 정부 예산이 줄고 지자체 보조금이 남아도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다. 세계 1위 수소차를 양산한 우리나라의 수소차 개발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유일 수소 승용차인 현대차 '넥쏘'의 올해 1~4월 판매량은 2708대로 전년 동기 대비 6.9% 줄었다. 같은 기간 수소차의 수출 대수도 56대로 89%나 감소했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올해 수소차 보조금 예산을 진행하는 지방자치단체 118곳 중 마감된 곳은 27곳에 불과하다. 하루 만에 보조금이 모두 소진되는 지자체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전기차와는 딴판이다.
정부가 수소경제를 강조하며 수소차 및 수소충전소의 보급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수소차 인기가 적다 보니 대중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 '넥쏘'.(사진=현대차)
실제 정부는 수소차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2회 추경예산안에서 수소차 보급 예산을 기존 6795억500만원에서 4545억500만원으로 크게 줄였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수소차 사업을 중단하거나 포기하고 있다. 전기차와 달리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제네시스 수소차에 탑재하기 위한 3세대 수소연료전지의 개발을 중단했다. 3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내부에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현대차는 2023년에 내놓을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시제품인 100kW급과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을 공개한 바 있다.
1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은 넥쏘에 적용된 2세대 연료전지시스템과 비교해 부피를 30% 줄였다. 상용차용으로 개발 중인 200kW급은 넥쏘의 시스템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출력은 2배 정도 강화했다. 또 3세대 시스템 가격은 지금보다 50% 이상 낮추고 2030년께는 수소차가 일반 전기차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도록 한다는 방침이었다.
수요연료전지 개발에 차질이 생기면서 2025년부터 모든 제네시스 신차를 전기차나 수소차로만 출시하려는 계획은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달 13일 뉴욕에서 진행한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수소전기차는 저희가 원하는 목표가 있지만 그것을 달성하는 데 조금 딜레이가 될 수 있다"며 "시행착오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최대한 당겨서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사진=현대차)
글로벌 수소차 시장은 현대차와 토요타 양강 구도인데 승용 수소차는 넥쏘, 토요타 '마라이' 등 전 세계 2종뿐이다. 지난해 두 차종의 판매량은 1만7400대 수준에 불과하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에 집중하면서 수소차는 성장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촉매를 활용해 수소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기술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며 "구조가 복잡하고 재료도 고가에다 수소 충전은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승용차 보단 정해진 구간을 반복하거나 장거리 주행을 하는 상용차 특성상 수소차가 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중단거리 무공해용으로 주로 활용을 하고 수소전기차는 큰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장거리 트레일러, 버스, 선박, 중장비 등 대용량 쪽으로 방향을 설정해서 미래를 기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 상용차 대중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현대차는 2020년부터 수소트럭 '엑시언트'를 양산해 스위스 등에 수출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 CJ대한통운(2대), 현대글로비스(2대), 쿠팡(1대) 등에 투입된다. 2030년 1만대를 운송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