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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내부통제 구멍①)횡령액 늘고 수법 대담해져
금융사 임직원 5년간 1092억 횡령
입력 : 2022-06-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최근 5년여간 금융사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을 들여다보면 횡령액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범행 수법도 대담해지고 있다. 고객 정보를 도용하거나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 등으로 고객 돈이나 회삿돈을 몰래 빼다 썼고, 빼돌린 돈은 주식이나 암호화폐 투자 등에 사용하기도 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 임직원의 주요 횡령 사고를 보면 빼돌린 자금을 주식, 암호화폐, 파생금융상품 등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 2020년 우리은행의 한 영업지점 직원은 암호화폐에 투자할 목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은행 자금을 빼돌려 총 1억8500만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됐다.
 
NH농협은행에서는 지난해 한 직원이 대출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약 25억원을 횡령해 주식투자 등에 사용한 사건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직원은 고객 통장과 신분증 사본 등을 보관한 뒤 해당 고객의 정보를 도용해 대출 서류를 위조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은행 부산의 한 지점에선 대출 담당 직원이 본인 앞으로 부당대출을 실행해 30억원을 횡령한 뒤 주식에 투자했다가 지난해 은행 자체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 우리은행 본점에서 거액을 빼돌린 기업금융 담당 직원도 횡령금을 주가지수옵션 등 고위험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우리은행에서 6년 동안 614억 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직원 A씨가 지난달 6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금융사 직원의 범행이 창구에서 고객 돈을 가로채는 수준에서 벗어나 갈수록 치밀하고 대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불거진 우리은행 거액 횡령 사건의 경우 채권단 자금을 관리하던 우리은행 한 본점 직원이 2012년부터 10년간 세 차례에 걸쳐 600억원 이상을 빼돌렸지만, 은행 내부에서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우리은행 거액 횡령 사건 등의 여파로 지난해부터 횡령 금액은 급증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 5월까지 금융권에서 횡령을 한 임직원은 174명으로 횡령 규모는 1091억8260만원에 달했다.
 
연도별 횡령액은 2017년 89억8870만원, 2018년 55억7290만원, 2019년 84억7370만원, 2020년 20억8280만원, 2021년 152억6580만원, 2022년은 5월 중순까지 687억9760만원이었다. 지난해부터 횡령금액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횡령액 규모 또한 은행이 808억3410만원으로 최다였으며 저축은행(146억8040만원), 증권(86억9600만원), 보험(47억1600만원), 카드(2억5600만원)가 뒤를 이었다.
 
심각한 점은 금융권 임직원의 횡령액에 대한 환수 실적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난 5년여간 금융권에서 환수한 횡령액은 127억1160만원으로 전체 횡령액의 11.6%에 그쳤다. 저축은행의 횡령액 환수율이 5.7%로 업권 중에서 가장 낮았으며 은행이 8.4%, 보험이 23.2%, 증권이 43.2%였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권 횡령 특징에 대해 "대출서류 위조, 계약자 정보 무단 도용·변경, 외부 수탁업체 등에 대한 관리 소홀 등 영향이 크다"며 "과거 영업점 내부에서 직원이 돈을 빼돌리는 수법보다 고도화되고 있어 적발과 환수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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