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2차전지 전해액 전문기업
엔켐(348370)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가액이 발행 반년 만에 최저 조정가액 근처까지 하락했다. 재무적투자자(FI)들의 보호예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환가액조정(리픽싱)으로 발행될 신주 수량까지 늘면서 엔켐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경영진 입장에선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BW가 창업주인 오정강 대표이사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엔켐이 지난해 11월 발행을 결정한 900억원 규모의 BW의 전환가액이 7만8978원으로 하락했다. 이는 최초 발행가액인 11만2730원의 70% 수준으로 최저 조정한도(7만8911원)에 근접한 가격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차전지 4대 핵심소재 중 하나인 전해액을 생산하는 엔켐은 지난해 11월1일 상장 이후 급등세를 보여왔다. 상장 첫날 공모가(4만2000원)의 두 배에 가까운 8만1600원에 거래를 시작했으며, 같은 달 20일 13만6000원까지 오르며 고점을 찍었다.
주가가 고점을 찍자 엔켐은 900억원 규모의 BW 발행에 나섰다. 상장을 통해 950억원을 조달한 이후 한달도 안 돼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BW의 전환가도 최저한도 근처까지 하락했고, BW로 발행될 신주수량도 크게 늘었다. 최초 79만8367주였던 발행가능 신주수는 113만9557주까지 늘었다.
신주발행 수량이 크게 늘었지만, 경영진 입장에선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지배력을 강화할 기회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켐이 지난해 BW 발행과 함께 콜옵션 한도(405억원)까지 권리를 행사했기 때문이다. 엔켐은 상장 전 외부 자금을 조달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가 최대주주로 있는 만큼, 오정강 대표이사의 지분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앞서 올해 1분기 기준 엔켐의 최대주주는 ‘브라만피에스창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제1호’로 지분 22.03%를 보유하고 있었다. 브아만피에스창인 1호는 벤처캐피탈(VC) ‘아르케인베스트먼트’가 운영하는 사모펀드로 ‘아르케피에스창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제2호’가 보유한 지분 6.96%를 더할 경우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29.99%에 달했다. 반면 엔켐의 창업주인 오 대표의 지분율(특수관계인 포함)은 16.38%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 대표는 상장 이후 콜옵션 행사를 통해 지분율을 급격히 늘렸다. 지난달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콜옵션 행사를 통해 60만주를 확보했으며, 앞서 발행한 7~8회차 전환사채(CB) 역시 콜옵션 한도(40%)까지 권리를 행사했다. 900억 규모의 BW는 발행과 함께 콜옵션을 행사(35만9265주)했다. 지난달 기준 오 대표가 보유한 CB와 BW를 포함한 지분율은 29.21%에 달한다.
이번에 BW의 전환가액이 최저치까지 낮아지면서 오 대표의 지분율은 아르케인베스트먼트와 거의 동일해 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 대표가 보유했던 BW의 주식 전환가능 수량이 기존 35만9265주에서 15만3535주(0.93%)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미 주식전환이 완료된 5~6회차 CB의 콜옵션까지 모두 행사할 경우 오 대표의 지분율은 34%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BW와 CB의 콜옵션 및 리픽싱으로 오 대표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는 오버행에 대한 리스크가 더욱 높아졌다. 이달 주식전환청구가 가능해진 7~9회차 CB만 98만4944주에 달하며, BW(113만9557주)를 더할 경우 212만4501주(12.94%)에 달한다. CB와 BW의 콜옵션 물량을 모두 제외하더라도 120만주를 넘어선다. 여기에 현 최대주주인 아르케인베스트먼트의 보호예수 역시 올해 11월 해제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인 아르케인베스트먼트의 경우 보호예수가 해제되면 차익실현을 위한 엑시트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시장에 대규모 물량이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버행 이슈 해보 방안에 대해 엔켐 관계자는 “정확한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르케이베스트먼트의 보호예수 해제 시점 지분 블록딜 등 오버행 이슈 해소를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