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윤호중(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박지현(앞줄 왼쪽)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앞줄 오른쪽)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전국지방선거와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예상대로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참패가 유력해졌다.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송영길 지도부를 대신해 당을 이끌었던 윤호중 비대위도 퇴진이 불가피해졌다. 일단 박홍근 원내대표 중심으로 8월 예정된 전당대회 준비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조기 전대를 통한 전열 재정비 요구의 목소리도 높다.
민주당은 1일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 전국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텃밭인 호남(광주·전남·전북)과 제주 등 4곳의 승리만 유력하다. 경기도와 대전, 세종 등 3곳은 개표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접전지로 분류됐다. 다만 이 3곳조차 오차범위 내에서 국민의힘에 뒤지를 결과를 받아들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졌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7석 중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나선 인천 계양을 1석을 얻는 데 그칠 전망이다. 불과 4년 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4곳과 광역 및 기초의회를 휩쓸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최악의 경우 민주당은 다시 호남에 고립되는 일대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책임은 비대위를 향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대선 패배 직후 송영길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총사퇴한 데 이어 불과 석 달 만에 다시 지도부 공백 사태가 빚어지게 됐다. 비상시국에 또 다시 비상이 발생한 것으로 민주당의 처참한 현실을 증명한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참패를 시작으로 지도부 사퇴만 따지면 벌써 세 번째다.
송영길(가운데) 당시 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 총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기에 빠진 당을 이끌 새 사령탑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유력하다. 패배감에 빠진 당을 추스르는 한편 과도한 권한 행사 대신 원내 현안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 준비가 박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다. 비대위가 해산하게 되면 또 다른 비대위보다는 '전당대회준비위'와 같은 임시 위원회를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도부 공백이 길어지는 부담을 차단하기 위해 조기 전당대회도 유력하게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반성과 쇄신보다 계파 중심의 당권 투쟁으로 이어질 경우 당은 또 다시 극심한 내홍에 빠질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투표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계양구청 일대에서 시민들과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당권 도전을 공식화할 경우 친문 대 친명 간 극심한 계파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민주당은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놓고 당권파 친문과 비주류 친명 간 계파 갈등이 노골화되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이심송심'이라 불릴 정도로 이 위원장과 가까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도전 과정에서 당이 자신을 컷오프하자 "사실상 이재명 위원장의 정치 복귀를 반대하는 선제타격의 의미가 있다"고 이 위원장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차기 지도부가 2년 뒤 22대 총선 공천권을 가지는 만큼 계파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진행될 공산이 크다. 다만 이재명 위원장이 나홀로 생환에 그칠 경우 전당대회에 나설 명분은 지극히 협소해진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