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오는 9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재형 대법관 후임 인선과 맞물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업무를 개시하면서 대법관 후보에 대한 법무부의 인사검증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의 인사검증 대상과 범위에 대해 "과거 대통령실의 전례와 헌법·법령이 정한 범위'를 따를 예정"이라는 입장이지만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을 인사검증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어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신설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인사정보관리단은 7일쯤 공식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한변호사협회는 김 대법관 후임 후보로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김주영 변호사 등 3명을 추천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대법관 인사검증 근거는 헌법·법원조직법
대법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대법관 임명 절차는 헌법과 법원조직법, 대법원규칙인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규칙에 따라 '천거-추천-제청' 등 3단계를 거쳐 이뤄졌다.
우선 대법원이 대법원장 이름으로 대법원 홈페이지 등에 '대법관 제청대상자 선정을 위한 천거 공고'를 내고, 이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잠정 후보들을 천거받는다. 그 뒤에는 법원행정처 인사담당관실과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대법원장 명의로 각 피천거인에게 심사동의 여부를 묻고 동의한 사람들에 한해 인사검증에 필요한 자료들을 제출받는다. 학력·주요경력·재산·병역·형사처벌 전력 등이다.
이후 법원행정처는 제출된 자료를 취합해 명단과 함께 대법원 홈페이지 등에 이를 공개한 뒤 다시 국민들로부터 비공개 서면으로 의견제출을 받은 다음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소집해 이를 보고한다. 추천위는 이를 심사한 뒤 복수의 최종후보를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는데, 대법원장은 추천받은 후보들에 대해 다시 의견을 조회한 뒤 최종후보자를 확정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 한다.
홍 부장판사 등 대법관 후보로 천거된 3명과 변협 이외 다른 단체나 개인으로부터 천거를 받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검증도 이 같은 절차를 밟게 된다.
조국 "대법관 후보 검증은 대법원에서"
그동안 대통령실은 이 과정에 공식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인사정보관리단의 인사검증 범위에 대한 논란이 일자 문재인 정부에서 민정수석으로 일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달 31일 본인의 SNS에 글을 올려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은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대법관, 헌법재판관 후보에 대해 일체 인사검증을 하지 않았다"면서 "그 작업은 대법원 자체에서 수행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다만, "법률상 대통령이 추천하는 헌법재판관 후보군에 대해서는 인사검증했다"면서 "이상은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을 존중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총 9명인 헌법재판관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상 대통령이 임명하되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회가 3명씩 지명 또는 선출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 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사정보관리단의 대법관 후보 인사검증과 관련해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대법관 후보 검증은 저희 업무가 아니라서 확인해드릴 수 있는 사항은 아니지만 그런 것(대법원이 임사검증을 해왔다는 것)을 감안할 것"이라면서 "전례보다 넓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이 말을 종합해보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인사검증 대상에서 대법관 후보는 제외될 것으로 해석되지만 법무부가 이를 명확히 밝힌 것은 아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이 윤 대통령 최측근
인사정보관리단의 대법관 후보 검증 가능성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또 있다. 인사정보관리단의 상급 기관인 법무부의 수장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이기 때문이다. 법원조직법 41조의2는 추천위원 10명 중 1명으로 법무부 장관을 명시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대법관 후보군 검증까지 맡게 되면 대법관을 임명하는 모든 과정에 한 장관이 개입하는 구조가 된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법원에서도 이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한 재경지역의 부장판사는 “(한 장관) 자신이 추천한 후보자에 대해선 약하게 검증하고 추천 안 한 후보자에 대해선 검증이 들어간다면 제청과 임명을 나눠 놓은 취지가 사실상 몰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의견도 있다. 부산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김태규 변호사는 “인사 검증은 결국 어디서든 하게 되는 것이고, 대법관 후보에 오를 정도의 법조인들은 이미 재산 신고가 돼 있는 등 대부분의 정보가 노출돼 있어서 크게 걸릴 게 없는 분들이 대다수”라며 “한동훈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사법부 독립 훼손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한 장관이 대법관후보추천위에 참여하지 않거나 관리단 인사검증 대상에서 대법관 만큼은 명확하게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법무부 장관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빠지려면 법원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
참여연대·민변 "국가공무원법 개정 필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를 가능하게 한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법은 인사혁신처장이 공직후보자 관련 정보를 수집·관리할 수 있도록 규정해 인사검증 업무를 수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권한의 일부를 대통령령에 따라 다른 기관에 위탁할 수 있게도 규정했다. 이를 근거로 이전 정부에서는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이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업무를 할 수 있었다.
장유식 민변 사법센터 소장은 “(법무부 관리단이) 대법관에 대한 인사검증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인사혁신처에서 대통령비서실에 위탁해 (대통령실이 대법관에 대한) 인사검증을 해왔다면 그것 자체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령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 자체를 삭제하거나 관련 규정들을 좀 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