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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개방, 조금 더 친절했다면
안내 푯말과 관람로 표시 부족…쉼터 필요
입력 : 2022-06-07 오후 4:32:56
청와대가 ‘국민 품’으로 왔다고 해서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평일 저녁, 경복궁역으로 향했다. 주말도 아니었지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인파들이 모여들었다. 가족과 청와대를 찾은 이들, 강아지와 산책을 나선 이들, 홀로 구경 온 이들이 섞여 장관을 연출했다.
  
지난 5월 19일 방문객들이 청와대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경복궁역에서부터 청와대 가는 길을 안내해주는 화살표를 쉼 없이 따라가다 보면 청와대에 당도할 수 있다. 장엄한 건물은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이렇게 좋은 곳을 나는 이제야 발을 들이나' 하는 시샘마저 들었다. 입구에서 입장 바코드를 꺼내라고 하는데, 한참 전에 예약한 바코드를 찾기 힘들어 하며 대기가 길어지는 이들도 꽤 보였다.
 
약도를 받아들었지만 단촐하게 소개돼 어느 코스를 어떻게 가야하는지 결정하기는 어려웠다. 생소한 곳이어서 그저 약도만 멍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추천 코스나 관람 방향 등의 표시가 간절했다. 결국 결정을 못한 우리 무리는 누구 하나가 나서서 이리로 가자하면 우르르 따라가곤 했다. 우리 외의 다른 무리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TV에서 자주 보던 파란 기와 앞에서 사진을 찍긴 찍었는데 또 다음 발걸음을 옮기는 데까지 어려움이 있었다. 규모가 커서 제한 시간인 2시간 안에 청와대 관람을 알차게 마치려면 계획을 잘 짜야했는데 현장에서 이런 안내는 부족했다. 유일한 안내는 잔디에 올라가지 말라는 것뿐이었다.
 
우연히 직원으로 보이는 이를 발견했다. 가족과 함께 온 이 직원은 부인과 자녀에게 열심히 청와대를 설명했다. 이 분을 졸졸 따라다니며 어깨너머로 겨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직원 덕분에 등산 같은 산책 코스도 가봤다. 관광명소가 아닌 탓에 청와대에는 설명이 돼있는 푯말이 다소 부족했다. 건물 이름과 곳곳에는 한자들이 많아 수월하게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곳곳에서는 서로 한자 퀴즈가 이어졌고 다들 물음표만 안고 뚜벅뚜벅 걸을 따름이었다.
 
경복궁역을 출발해서 청와대에서 1만5000보쯤 걸었을 무렵 점점 다리가 아파왔지만 쉴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무턱대고 계속 걷는 방법 외에는 수가 없었다. 어르신들 입장에선 다니기가 꽤나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5월 19일 청와대 헬기장에 그늘막 등이 설치돼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구석구석 다 봤노라 자부하며 마감 시간이 되어 청와대 헬기장 쪽으로 빠져나가려니 그제야 핫플레이스가 나왔다. 너른 헬기장에는 그늘막과 의자가 설치돼 있었다. 앉거나 누워서 쉴 수 있고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장소였다. 폐장 안내에 쫓기듯 나왔지만 이곳을 즐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청와대에 갔다 오긴했지만 청와대를 온전히 느끼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역사적으로, 교육적으도 매우 가치 있는 곳임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국민 품으로 안긴 만큼 조금 더 친절했으면 한다.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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