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준 중소기업정책개발원 규제혁신센터장
공무원을 그만두려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다. 2020년 한 해만도 5년 미만 공무원 9258명이 공직을 떠났다. 남아있는 젊은 공무원들의 이직 의향도 늘고 있다. 실무업무의 핵심인 주무관 6~7급의 44.6%가 이직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고시 출신에 해당하는 젊은 5급 공무원의 이직 의향은 더욱 심각해서 61.6%가 공무원을 떠날 생각이라니 새삼스럽다. 가장 왕성하게 일하는 20~40세대 공무원의 58.6%가 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하니 그저 넘어갈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취업선호도 1위의 자리를 지키던 공무원의 자리가 흔들리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공무원이 되려는 젊은이도 줄고 있다. 올해 9급 공무원의 공개채용 경쟁률은 22.5:1로, 2011년 68.7:1에서 30% 수준까지 떨어졌다. 가장 수험생이 몰리는 9급 경쟁률이 20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이직 의향과 응시생 감소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창업으로 전환된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음식점이나 유통업이라서 공직이탈이 바람직한 것만도 아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공직생활실태조사(2022)'에서 공직자들의 직업안정성과 공공봉사에 대한 의식은 각각 최대 60.7%, 75.1%로 나타났다. 공무원 면접에서 "왜 공무원이 되려 합니까?"라고 물으면 내놓는 답이 안정성과 국민에 대한 봉사인데 이들이 공직에서 안정성도 봉사정신의 보람도 찾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우선 급여와 연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공직에 첫발을 딛는 9급은 본봉 169만원 수준이다. 20대 평균임금 250만원은 물론 최저임금 191만원에도 못 미친다. 병사 월급 200만원인 시대에 이르니 오죽하겠는가. 5급 공채의 초임본봉도 250만원 수준이다. 공무원들은 수당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희망인 연금도 줄어들었다. 2016년 이후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현직의 박봉도 문제지만 노후 대책도 불안하니 공직이 더 이상 선망의 직업이 아닌가보다.
반면 공무원의 근무여건은 악화되고 있다. 통제와 정치적 간섭이 만만치 않고, 업무는 과중하다. 공무원은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해야 한다. 엄격한 통제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한다. 윤리성에 대한 이중 잣대도 문제다. 한 공무원은 "선출직 공직후보자들은 윤리나 청렴과는 거리가 있다"며 "우리는 조금만 잘못해도 징계 당한다"고 했다. 업무도 만만치 않다. 툭하면 야근이다. 보고서 중심의 업무 비효율성도 심하고 민원인은 갈수록 거세지고 요구도 까다롭다. 선출직 공무원들의 부당한 지시나 요구, 선심성 흥행 위주의 사업 강요, 편 가르기와 인사 개입 등도 이들을 힘들게 한다. 불응하면 인사보복을 해대니 공무원으로서 자긍심이니 국민봉사니 하는 말이 무색해진다고 한다. 한마디로 직업공무원제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공무원은 나라살림을 하므로 자긍심을 갖고 국민요구를 해결하되 높은 윤리의식, 국가관, 봉사정신도 지녀야 한다. 그런데 공무원을 '공적(公敵)'으로 몰고 개혁 대상으로 삼는다. 그들은 국민봉사의 주체이지 개혁의 대상이 아니다. 국민을 위해 이들 공복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주인인 국민과 기관단체장에게 있다.
공무원이 제대로 일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신분보장과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비효율적 업무관행을 개혁해야 한다. 헌법 제7조에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 된다'고 돼있다. 신분안정을 위해서는 급여수준의 현실화와 연금제도의 불안정성을 해소해야 한다. 업무개선을 통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지키도록 기관단체장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편 가르기와 줄서기를 강요하거나 불법 부당한 압력을 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칫 이들이 보신주의와 사익추구에 빠져 공익을 외면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부적합하고 부당한 업무환경을 개선함과 동시에 공무원이 역량을 발휘하고 적극적으로 행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원적으로는 규제개혁을 통해 공무원의 업무를 줄임과 동시에 국민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과 부담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일선부서 공무원에 권한위임과 그에 맞는 책임을 지게 하고 국민애로의 발굴-보고-개선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전체 공무원에 대한 질타보다는 선별적으로 잘못된 경우에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면 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지니고 있는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 국민서비스를 높이고 국민의 만족을 이끌어내도록 최고위층에서부터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의준 중소기업정책개발원 규제혁신센터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