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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출신 금감원장 논란)"금융전문가 기대했지만…사정의 칼끝 우려"
1999년 설립이래 최초 검사 출신 금감원장
입력 : 2022-06-0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윤석열 정부 첫 금융감독원장에 이복현 전 부장검사가 내정되면서 안팎으로 논란이 거세다. 금감원 설립 이래 최초로 검사 출신이 조직 수장을 맡게 된 이례적인 인사 소식에 기대보단 걱정이 우세하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금융감독원장 자리에 ‘검찰 라인’이 과연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번 인사 결정에 따라 윤석열 정부 출범의 초기 인사는 ‘검찰 공화국’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필 전망이다. 이 내정자 임명에 따라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대통령실과 장·차관급에 검찰 출신 인사는 13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내정됐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정은보 전 금감원장 후임으로 이복현 전 부장검사를 임명 제청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 출근길. 사진=뉴시스
그간 시장에서는 ‘금융’이라는 특수성을 이유로 검찰이 아닌 ‘전문가’의 인사 내정을 기대해왔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여진이 남아있는 데다 앞으로 금융권의 내부통제 문제를 비롯해 코인 폭락 등 실무 역량의 중요도가 여느 때 보다 절실해서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장의 위치는 은행과 보험, 카드, 증권 등 전 영역에 걸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
 
정은보 전 금감원장도 퇴임을 앞두고 “취임 이후 누차 경고해온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한꺼번에 덮치는 위기)’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인데, 이럴 때일수록 사전적 감독이 중요하다”며 “소통협력관, 자체 감사 요구제 등을 활용해 금융사가 리스크 요인을 예방할 수 있도록 지도해나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내정자의 그간의 이력은 금융의 전문성보다는 ‘윤석열 키즈’, ‘수사 전문가’로 더 이름이 알려져 있다.
 
재계 역시 금감원장의 내정 소식에 불안감이 역력한 모습이다. 이는 과거 이 내정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 의혹 사건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이 얽힌 ‘삼바’(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등을 수사한 이력이 있어서다. 당장 이 내정자가 금융감독원의 장으로서 모든 권한을 가지게 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칼끝이 재계로 향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또한, 검찰 출신이 금감원장으로 임명된 만큼 자본시장 관련 감독과 제재 자체가 강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 당시 자본시장에서 불공정 거래를 척결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이 내정자의 첫 과제가 관련 감독 체제 자체를 재편하는 일이 우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우리나라에서 가지는 상징성은 단순히 검사와 수사라는 틀 이상의 의미를 갖는 곳”이라며 “자칫 이번 인사로 금융권이 생기를 잃고 시장의 역동성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복현 내정자의 금감원장 발탁으로 검찰 출신의 요직 국정원 기조실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법제처장, 대통령실 공직기강·법률·총무·인사비서관까지 ‘윤석열 검찰 라인’으로 채워졌다. 여기에 ‘경제계 검찰’ 역할을 하는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검사 출신 강수진 변호사가 내정설이 돌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조직과 예산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인 기획조정실장에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맡기도 한 조상준 변호사가 내정됐다.
 
야당 정무위 소속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능한 인재는 오직 검찰에만 존재하는 것인지 의아할 뿐이며, 검찰 만능주의식 사고에서 오는 검찰 편중 인사로 대한민국이 검찰 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직 검사 만이 모든 것을 다 잘해낼 수 있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그 자리에 걸맞은 유능한 인재’를 찾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신송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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