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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지나도 ‘0’건 펀드 패스포트…‘탁상행정’ 비판
회원국간 교차 펀드판매 허용…인프라 기반 없어 운용사 '포기'
입력 : 2022-06-1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ARFP)가 시행된지 2년이 지났지만 당국의 제도개선 뒷짐과 운용사의 무관심 속에 탁상행정 위기에 놓여 있다. 아시아 공모펀드 시장을 표준화·단일화하겠다는 금융위원회의 당초 계획과 달리 어느 운용사도 펀드 등록에 손을 댈 수 없는 처지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ARFP 펀드 판매의 등록 신청 절차를 진행한 국내 운용사는 전무하다. 반대로 해외 운용사에서 국내로 펀드를 판매하기 위해 ARFP 신청을 한 경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는 여권처럼 등록한 펀드를 간소한 등록 절차만으로 여타 회원국에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지난 2020년 5월부터 시행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6년 5개국(한국과 일본, 호주, 태국, 뉴질랜드) 간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ARFP 국내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유럽연합이 'UCITs'를 도입해 지역 내 공모펀드를 표준화하면서 자산운용업의 성장을 견인했던 것처럼 아시아의 펀드 시장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시행 초기에는 우려보단 기대감이 컸다. 우선은 국내 자산운용사가 간소한 절차만으로 펀드를 해외에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의 판로를 넓힐 수 있어서다. 국내에 등록된 공모펀드 가운데 자기자본, 자산운용 측면에서 적격요건을 갖추면 패스포트 펀드로 등록할 수 있다. 다른 회원국에서 설정·등록된 ARFP는 적격요건 심사가 생략되고, 증권신고서만 제출하면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다. 사실상 절차 자체가 까다롭지는 않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ARFP에 대한 관심은 멀어지고 있다. 우선은 인프라 구축이 문제다. 펀드 판매를 위한 마케팅부터 펀드 설정·환매 등을 위한 시스템 등 실질적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데다 환율, 세제, 회계 등 제반 사항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ARFP 제도 초기에는 상당수의 운용사에서 관심을 가지고 관련 제도를 검토했지만 대다수가 손을 놔버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한, 국내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된 것도 자산운용사의 지갑을 닫게 하는 요인이다. 운용사 상품관리 실무 담당자는 “제도적인 측면으로는 국내 운용사가 해외에 펀드를 교차 판매할 수 있게 여건을 갖춰놨지만, 실무적으로는 펀드를 팔기에 개선된 환경은 없다”면서 “공모펀드가 위축된 상황에서 교차판매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리소스를 투입하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운용업계는 제도 시행 이후의 세부적인 시행수칙과 가이드 라인을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는 열려있지만 법 규정에 따른 시행수칙과 세제 관련 이슈들을 정립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운용사 자체적으로 국가 간 별도의 제도를 파악해 펀드를 판매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언급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그간 비대면 국제회의를 통해 여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세부적인 조율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펀드 패스포트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운용업계의 시장성 등의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국이 강요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가 간 장벽을 넘어 펀드를 거래할 수 있는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가 시행됐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신송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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