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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투자, 제도권 편입 레이스①)"투자자 보호 강화"…샌드박스 통과 고군분투
금융당국 규제 칼날에 업체들 '발등에 불'
입력 : 2022-06-1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금융당국이 미술품, 부동산, 명품 등 고가의 자산을 쪼개 투자상품화하는 '조각투자 산업'에 대해 규제의 칼날을 빼들면서 관련 업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체적으로 판단했을 때 사업체가 자본시장법 규제 대상이라면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자자 보호 체계를 갖추거나 혁신금융서비스로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조각투자 관련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발표 발표 이후 관련 업체들이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했거나 준비 중에 있다. 발표 이후 금융위는 따로 개별 업체들에게 가이드라인과 관련한 공문을 전달해 증권성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고 법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영위할 것을 당부했다.
 
4월 발표된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은 판매하는 조각투자 상품이 '증권성'을 띠는 경우 기존 자본시장법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증권성 상품을 발행·유통시키는 조각투자 사업자들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고 투자자 보호 체계를 갖춰야 한다. 
 
단기간에 금융투자업 인가 등이 어렵다면 금융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시키는 제도)인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에도 최소한의 안전성을 갖춰야 하는 만큼 △예치금 별도 보관 △증권 발행과 유통업체 분리 등 투자자 보호 조치가 요구된다.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전부 준수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자료=금융위원회
 
뮤직카우, 개선기간 약 네달 앞으로…안전성 확보에 속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상품이 '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받은 뮤직카우는 투자자 보호 조치를 위해 대응하고 있다. 우선 투자자 예치금을 별도 보관하기 위해 금융사와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뮤직카우가 다루는 '음원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된 만큼 회사는 증권사와의 제휴를 통해 예치금 보관 및 거래의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투자자 자산의 도산절연을 위해 금융기관을 통해 신탁하는 방식 등을 고려하고 있다. 위탁자인 뮤직카우의 리스크가 투자자의 자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뮤직카우가 저작권 자산을 신탁사에 맡기고 신탁사가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방식 등이 다각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준법감시인으로 금융권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투자자 보호 리스크 관리 수행 및 엄격한 내부통제 기준 마련 등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도 준법지원 전문조직 확대 예정"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뮤직카우가 증권성을 띤다고 판단했지만 자본시장법 규제 적용을 6개월 유예, 개선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말까지 뮤직카우는 자본시장법 규제를 완전히 준수하고 제도권에 편입되거나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
 
"난 증권 아닌 것 같은데"…애매모호해도 일단 '투자자보호 강화'
 
한편 뮤직카우 외 대부분 업체들은 증권성 여부 판단에서부터 헤매고 있다. 이들은 사업체가 자본시장법의 규제 범위 안에 드는지를 자체적으로 판단하면서도, 증권성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금융위가 요구하는 투자자 보호 체계 강화에 힘쓰고 있다.
 
표=뉴스토마토
 
미술품 투자 플랫폼 테사는 선매입한 미술품의 지분을 쪼개 매매한다. 한우 자산 플랫폼 뱅카우도 송아지 지분을 공동 구매하는 방식으로 소유권을 나눠 가지며, 현물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는 명품이나 미술품 등 고가 실물 자산을 여러개 묶은 상품 포트폴리오를 기획한 뒤 이를 선매입해 소유권을 분할 판매한다.
 
이들은 자사 투자 상품이 실물자산의 분할 소유권이라는 근거를 들며 자본시장법 적용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금융위는 실물자산 소유권을 분할해 취득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경우 자본시장법이 아닌 민법과 상법 적용 대상이라고 가이드라인을 통해 설명했다.
 
가령 미술품 소유권을 여럿이 공동소유한다면 민법과 상법 규제 대상이지만, 재매각과 대여료 등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청구권)를 발행해 거래시키면 증권에 해당한다. 또는 형식이 어떻든 결과적으로 투자자가 바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면 증권에 해당할 수 있다. 
 
개별 업체별로 증권성 판단이 내려진 게 아닌 만큼 업체들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가 투자자가 사들인 소유권이 공적으로 증명 가능한지, 직접 사용하고 처분하는 등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등을 모두 따져보겠다고 한 만큼 '증권상품이 아니'라고 장담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한 조각투자 업체 관계자는 "증권성에 대해서는 어느 업체도 본인들의 주장 외에는 명확하게 내릴 수 있는 곳이 없고, 금융당국에서 명확하게 결론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단 증권으로 분류가 됐을 때와 아닐 때 모두 대비해서 간다는 걸로 내부적으로 정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조각투자 업체들은 증권성 인정 여부에 얽매이지 않고 일단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등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따르겠다는 분위기다. 테사는 지난 3월 NH농협은행과 MOU를 체결하고 함께 투자자의 자금을 분리보관하는 방안을 구축하고 있으며, 뱅카우 역시 투자금 예치 문제 역시 시중은행 중 한곳과 긍정적으로 제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혹시 모를 리스크에 대비해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고려 중인 곳도 있다. 피스는 자사 조각투자 상품이 증권이 아니라고 내부적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최근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마쳤다. 혹시 모를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서비스는 증권성을 띠지 않는다 해도 향후 사업 확장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규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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