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금융당국의 규제 칼날에 조각투자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가운데, 일찍이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시키는 제도)에 진입해 특례를 적용받고 있는 업체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인 카사코리아와 루센트블록, 펀블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뒤 사업을 시작했다.
금융위가 '혁신성'과 '필요성'을 갖춘 조각투자 업체에 한해 혁심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한 특례 적용이 가능하다고 한 만큼 어느 수준의 기준에 부합해야 하는지에 대한 업계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많은 조각투자 업체들의 '선배' 격인 이들 업체가 어떤 점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성을 인정받았으며 어떤 투자자 안전 장치를 갖추고 있는지 등을 심사당국과 해당 업체들에게 직접 들어봤다.
16일 조각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자본시장법 규제 특례 적용을 받기위해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준비 중이거나 금융당국의 투자자 보호 방안 마련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4월 발표된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은 판매하는 조각투자 상품이 '증권성'을 띠는 경우 기존 자본시장법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시적인 특례 적용을 신청할 수도 있다. 금융위는 '혁신성 및 필요성이 특별히 인정되고 투자자 보호 체계과 밸행·유통시장 분리를 갖춘 경우에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특례 적용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김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조각투자 증권의 발행 및 유통이 금융시장과 투자자 편익, 조각투자 대상 실물 자산과 권리 시장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혁신성과 필요성의 기준을 설명했다. 또한 아이디어적으로 뛰어나거나 기술적으로 최소한의 안정장치가 부여된 경우라면 혁신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6개월 유예기간 부여받은 뮤직카우에 대해서도 산업 자체가 문화콘텐츠 산업에 도움이 되겠다는 당국 판단이 있었다. 뮤직카우는 세계 최초로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발행·유통하는 조각투자 업체다.
이에 일찍이 혁신성과 필요성을 인정받고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조각투자 업체들에 관심이 쏠린다.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인 카사코리아와 루센트블록(플랫폼명 소유), 펀블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뒤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부동산을 수익증권화해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부동산에 소액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인데, 사업의 목적과 기술 등 측면에서 혁신성 및 필요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먼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업체는 카사코리아로, 조각투자라는 개념이 자리잡기 전인 2019년 4월에 혁신금융서비스로 우선 선정됐으며 5월에 예비인가를 받았다. 그 이후에도 10개 기관으로부터 정확성, 봔성, 안전성 등 기술 모의테스트를 받고 반년 후 정식 허가를 받았으며, 허가를 받은 뒤에도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고 서비스를 오픈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금융위는 카사코리아가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통해 부동산 유동화 수익증권을 발행하고 유통한다는 기술적 혁신성에 주목했다. 카사는 블록체인 분산원장 기반 시스템으로 투명한 거래 환경을 조성해 거래 내역의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또한 처음부터 금융사와 금융기관과 연계해 투자자들의 예치금이나 자산을 안전하게 분리시키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금융위는 최근 발표한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통해 많은 조각투자 업체들이 투자자 예치금이나 자산을 분리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필수 요건으로 꼽은 바 있다.
기술뿐 아니라 카사의 사업이 부동산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역시 혁신성으로 인정됐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기존에 고액자산가과 기관투자자들에게만 점유됐던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개인들에게도 널리 확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카사는 물류센터와 호텔 등 개인이 온전히 투자하기 어려운 건물 투자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으며 이를 안정적인 기술로 구현한 바 있다.
뒤이어 인정받은 곳은 지난 4월 '소유' 앱을 첫 오픈한 루센트블록이다. 루센트블록은 조각투자 서비스 중 전자증권 제도를 차용한 첫번째 사례로 꼽힌다. 예탁결제원 책임하에 수익증권의 거래 관리가 진행되는 최초의 조각투자 플랫폼으로, 신탁사가 다수 발행한 수익증권을 예탁결제원에 전자 등록해 유동화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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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의 부동산 유동화 과정. 사진=루센트블록
세번째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업체인 펀블 역시 소유처럼 부동산수익증권을 전자수익증권으로 발행해 예탁결제원에 전자등록하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투자는 SK증권의 본인 명의 계좌로만 가능하며 역시 투자자금은 플랫폼 업체 펀블과 절연된 구조다.
조찬식 펀블 대표는 "카사와 소유, 펀블 모두 증권을 신탁사에서 발행하고 플랫폼으로는 거래만 하는, 발행자와 유통자가 완전히 분리된 구조라 혁신금융서비스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며 "펀블은 자체적으로 준법감시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사는 하나은행과, 소유는 하나금융투자와 신탁계약을 맺고 있다.
이에 임시에 불과한 혁신금융서비스가 끝나기 이전에 규제 면제 및 산업 활성화를 위한 당국의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규제의 샌드박스 지정기간은 최대 4년(2+2)이기에 가장 먼저 지정받은 카사의 경우 내년 12월이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간이 만료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당 샌드박스 프로그램을 통해 혁신성과 필요성, 투자자보호의 충분성 등을 입증한 조각투자사업은 지속가능한 적법성 유지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 사항은 현행 주각투자 관련 샌드박스 사업에 적용되는 규제 면제 사항을 중심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공시 규제 측면에서의 조각투자증권 매출규제 완화 △금융투자상품 규제 측면에서 조각투자대상 자산의 수익증권 허용 △사업자 규제 측면에서 조각투자 거래플랫폼에서의 매매방식 규제 완화 등을 들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