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이용대가 '무정산합의' 여부를 놓고 맞붙었다. 넷플릭스는 처음부터 무정산 피어링으로 연결돼 있었고, 이를 SK브로드밴드가 지속한 것이기 때문에 망이용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제공하는 인터넷 전용회선 서비스는 프라이빗 피어링으로 유상이 원칙이며, 무상에 합의한 적도 없었다고 맞섰다.
15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 3차 변론을 진행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 사이의 연결관계가 무정산 피어링 방식이며, 지금까지 지속 중이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변호인 측은 "2016년 1월경 미국의 시애틀 연결지점에서 무정산 피어링을 시작했으며,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대가를 반드시 지급받아야 연결한다'는 의사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면, 최초 연결 시 대가 지급이 없는 무정산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피어링하는 지점을 추가 개설하거나 피어링 지점의 용량을 증설하는 등 기존의 무정산 피어링 관계를 강화한 것 역시 SK브로드밴드였다는 논리도 펼쳤다. 피어링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간이나 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간 상호 트래픽 교환을 위하여 각자의 회선을 직접 연결한 것을 의미한다.
2차변론 당시 근거로 제시한 국제 비영리 기관인 패킷 클리어링 하우스의 자료를 재차 꺼내들며 192개국 1500만개 피어링 대상 중 99.9996%가 무정산 피어링을 하고, 1500만개 피어링 중 57개(0.0004%)만 망이용량에 따라 사용료를 지불하는 페이드 피어링 방식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세계에서 피어링 자체가 무정산 방식으로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얘기다.
15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 3차 변론을 진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2015년 넷플릭스와 망이용대가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줄곧 CP인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양사의 입장 차이로 협상이 무산됐다"면서 "이후 넷플릭스는 2016년 별도 합의 없이 시애틀 연결지점을 통해 일방적으로 트래픽을 소통시켰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2018년 5월부터는 연결지점을 일본으로 변경하면서 모든 사업자에게 열려있는 퍼블릭망이 아닌 넷플릭스 전용회선을 통해 프라이빗 피어링을 하기 시작했으며, 이 프라이빗 피어링은 유상이 원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 변호인 측은 "양사가 대가 선결에 집착했다면 최종이용자에게 피해가 갈 것이 명확했기 때문에 일단 연결방식에 대해서만 합의하고, 입장 차이가 큰 망이용대가 정산 논의는 추가 협의사항으로 남겨논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국제간 피어링은 무정산이 일반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AT&T, 버라이존, 오렌지 등 글로벌 ISP의 피어링 정책을 보면 이들 ISP 역시 무정산 피어링은 ISP간에서도 상호접속 지점 수, 접속 트래픽 규모, 트래픽 교환비율의 균형, 24시간 네트워크 지원 체계 등 엄격한 조건들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그 트래픽은 유상으로 교환된다"고 반박했다. 넷플릭스는 일방적으로 ISP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CP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조건을 고려하더라도 무정산 피어링의 대상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4차 변론기일은 다음달 20일 오전 진행된다. 양측은 2016년, 2018년 등 망연결 당시 무정산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두고 다시 논쟁을 펼칠 예정이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