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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구미 3세 여아' 친모 유죄, 대법원에서 뒤집혀(종합)
DNA는 친자관계만 증명...'바꿔치기' 증거 아니야
입력 : 2022-06-16 오후 5:05:32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지난해 2월 빈집에서 방치돼 사망한 세살 여자아이의 친모에 대한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아이와의 친자 관계는 인정되지만, 손녀를 빼돌렸다고 볼만 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은닉 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미성년자 약취 혐의만에 대한 파기지만 사체은닉미수와 경합된 범죄이기 때문에 전체 원심 판단이 모두 깨졌다.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지적한 부분은 크게 네가지다. 재판부는 우선 유전자 감정결과가 석씨와 숨진 아이의 친자관계를 증명하기는 하지만 석씨가 손녀를 빼돌렸다는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중심에 있는 친모 석모씨가 지난 2021년 8월17일 오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대법원은 16일 석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2심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대구지법으로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사진=뉴시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전자 감정 결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개연성 있는 설명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공소사실에 관한 목격자의 진술이나 CCTV 영상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가적인 심리가 가능하다고 보이는 이상, 유전자 감정 결과만으로 쟁점 공소사실이 증명됐다 보기에능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범행동기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1심은 피고인이 자신이 출산한 딸을 손녀보다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이 범행의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봤지만 일반적으로 딸과 손녀가 가족들을 모두 속이고 바꿔치기 범행을 감행할 만큼 애정에 있어 차이가 있는 존재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그런 동기에서 약취 범행까지 감행했다면, 딸이 아이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할 때까지 아이를 돌보지 않은 피고인의 행동을 설명하기도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1심과 원심이 아이가 바뀐 것으로 추정되는 2018년 3월31일과 4월1일, 아이 몸무게가 0.2kg이나 감소한 사실을 유죄증거로 인정했지만 출생 직후 신생아 몸무게가 5~10% 줄어드는 것은 이례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아이가 뒤바뀌기 전후 식별띠가 분리된 것에 대해서도, 원심은 인위적으로 벗겨졌을 것이라는 간호사 진술을 채택했지만, 대법원은 사건 당시로 지목된 시간에 근무했던 간호사 진술을 인정했다. 이 간호사는 "식별 띠는 보통 손마디 하나 정도의 간격을 두고 부착하고, 영아들의 식별 띠가 분리되는 경우가 가끔 있어 그럴 때마다 다시 채우기는 하지만, 계속 분리되면 어쩔 수 없이 채우지 못하고, 카트에 테이프로 붙여놓는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간호사들의 진술에 차이가 있는 이상,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통해 식별 띠의 분리가능성에 대해 보다 정확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분리된 식별 띠의 상태를 살펴 인위적으로 분리된 것인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빠진 것인지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친딸이 아이를 낳았던 산부인과의원은 신생아실 입구까지 출입이 자유로웠지만 신생아를 데리고 가기 위해서는 산모가 직접 가거나 산모수첩을 가지고 가야 했던 점, 모자동실 이동이 가능한 오전 9시~오후 8시 이외에는 신생아가 외부로 나가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에 대해서도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밖에도 석씨가 퇴사한 이유가 개인보다는 회사 사정으로 볼 여지가 있고, 출산이 임박했다는 시점에 석씨가 재취업했다는 원심판단도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석씨는 2018년 3월말에서 4월 초 구미 산부인과에서 딸이 출산한 손녀와 자신의 딸을 바꿔치기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1, 2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또 손녀가 사망했을 당시 사체를 은닉하려다가 실패했다는 혐의도 있다.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석씨 딸 김모씨는 살인죄로 구속기소돼 2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해 지난해 9월 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이날 선고 직후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이 지적한 사항 들을 전문가 의견 청취 등으로 잘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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