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아시아나항공(020560)과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자문비에만 350억원을 들이는 등 해외 경쟁당국을 대상으로 백방으로 뛰는 반면, 자사 객실승무원 업무환경에 대한 고충은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20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대한항공의 항공기 기종별 예약 승객에 따른 객실승무원 탑승 인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승무원 6명이 탑승객 151명을 담당했지만 2020년과 2022년은 각 탑승객 수가 만석인 252석에 대해 2018년과 동일한 승무원 6명이 서비스를 제공했다.
자료에 따르면 좌석수 300석 규모의 A330은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일반석) 만석 기준 각각 24석, 252석이다. 비즈니스석 이용객 24명에게 배치된 객실승무원은 3명으로 2018년, 2020년, 2022년 변동 없이 동일한 인원이 근무했다.
하지만 이코노미석의 경우 탑승객이 100명 늘었음에도 동일한 인원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항공 A330. (사진=대한항공)
또한, 2018년 이코노미석 252석이 만석 됐을 때 배치된 승무원은 1명이 추가돼 7명이 근무했다. 그런데 2020년과 2022년에는 252석으로 만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승무원은 20218년때 151명 케어를 담당했던 6명이 근무했다. 2018년과 비교하면 탑승객은 100명 늘었지만 승무원은 추가된 인력 없이 기존 6명으로 동일한 것이다. 그만큼 업무 강도도 높아진 셈이다.
대한항공 보잉747-8에서도 2018년에는 이코노미석 188명에 대한 기내 서비스를 승무원 8명이 담당했지만, 2022년에는 314명 탑승객에 대해 2018년때와 동일한 8명이 근무하고 있다. 탑승객 126명은 늘었지만 인력이 추가되지 않았다.
대한항공 노조 관계자는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비행기가 만석이 아닌 경우가 있다”면서 “이때 승무원 6명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서울로 돌아올 때 탑승객이 증가, 만석일 때가 있는데 이때 보충 인력 없이 서울발 승무원 6명 그대로가 돌아올 때도 서비스를 제공해 업무량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업무가 정상화가 되어 가는 과정인데도 근무인원을 전혀 늘지 않고 있는 게 현재 상황”이라고도 했다.
대한항공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대체 휴일인 ‘보장 데이 오프’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기내 업무를 칼로 자르듯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력이 부족하면 이코노미존을 담당하는 객실승무원 현장 대응에 맞게 일을 나눠서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는 일부 승무원에게만 해당 ‘보장 데이 오프’를 제공하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관계자가 16일 오전 강서구에 위치한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객실승무원 인력을 보강하라는 등의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대한항공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1월부터 월별 비행근무 인원을 늘려 이달에는 2500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 측은 2019년부터 인력이 감축, 현재 축소된 인력으로 근무하고 있어 회사가 월별 비행근무를 늘린 수가 현장에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대한항공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운항·객실승무원은 630명 줄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퇴사자 발생으로 자연감소이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신규 채용이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과도기이고 7월부터는 승무원 인력이 보충돼 코로나19 이전 정상화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국제선 정상화와 여름철 휴가 성수기를 대비하기 위해 각 비행편마다 승무원을 평소보다 1~2명 여유 있게 편성하라고 항공사에게 지시했다. 단거리 왕복 구간을 연속 수행하는 일명 ‘퀵턴’ 운항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안팎에서는 인력 지원이 즉각적으로 반영이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는 최근 성명서에서 “대한항공은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항공기에 탑승하는 객실승무원의 근무 인원수를 감축해왔으며, 이로 인해 객실 승무원의 업무 강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고 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