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자동차 모델(37년)인 '국민 세단' 쏘나타가 단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빠르면 올해 말 출시 예정인 8세대 쏘나타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마지막 쏘나타 내연기관 모델일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쏘나타 '단종설'이 나온 배경이 씁쓸합니다. 연간 20만대 이상 판매되던 쏘나타는 최근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2000년대까지 줄곧 국내 판매량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쏘나타는 2017년 그랜저에 내준 뒤 지난해엔 판매량이 6만3000여대에 그쳐 기아 K5(8만4000여대)에도 밀렸습니다.
소비자들이 쏘나타를 예전만큼 구매하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소득 수준이 오르면서 "쏘나타 사려는 사람들이 그랜저 산다"는 말처럼 한 단계 위 차량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현대차 쏘나타 N라인.(사진=현대차)
예전엔 쏘나타가 자동차 시장에 허리를 맡고 그랜저가 최고급 모델 역할을 했지만 그랜저가 쏘나타 판매량을 뛰어넘고 제네시스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입니다. 특히 8세대 쏘나타의 디자인 호불호가 갈리면서 판매량이 떨어지자 현대차가 후속 모델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졌을 것이란 얘기도 나옵니다.
또 업계에선 현대차가 쏘나타를 이제 '돈이 안 되는' 차량으로 인식한 것으로 봅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부품이 모자라 모든 차를 만들 수 없다면 당연히 비싼 차에 부품을 먼저 배정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낫습니다. 안 팔리는 쏘나타 부품 중 일부를 제네시스 브랜드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우선 투입하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고급화는 그랜저에 밀리고 스포티한 감성은 K5 내준 것이 쏘나타의 현 주소입니다. 현대차가 2040년 100% 전동화에 나서는 만큼 쏘나타가 전기차로 부활해 국민차 타이틀을 다시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