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00% 티큐(TQQQ)에 몰빵했는데, 반토막 났습니다. 막연히 복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지만, 멘탈이 무너지네요.”
증시가 새파랗게 질리면서 주식투자자들의 마음도 조급해지고 있다. 연일 계좌 손실이 커진 개미들이 계좌 복구를 위해 고위험 투자에 발을 들이고 있다. 특히 서학개미들은 나스닥이나 기술주를 추종하는 3배 레버리지 상품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티큐(TQQQ)는 나스닥10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의 종목코드다. 지수가 하루에 1% 올랐다면 3% 상승하도록 설계됐다. 지수가 우상향한다면 단기간에 많은 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하락장에선 손실 역시 3배로 커지기 때문에 ‘야수’의 종목으로도 불린다.
레버리지 상품은 당장 빚을 지지 않아도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는 만큼 개미들에게 인기도 높다. 주가등락폭 제한이 없는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은 레버리지 상품 투자에 더욱 적극적이다. 지수의 방향성만 맞출 수 있다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으니 조정장을 저점 매수의 기회로 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최근 한 달간 서학개미들의 매수 상위 종목 10개 중 5개가 3배 레버리지 상품으로 나타났다. 한 달간 서학개미들이 TQQQ를 매수한 금액은 13억달러로 매수 상위 2위를 기록했으며, SQQQ(나스닥 역 3배 추종), SOXL(미국 반도체 기업 3배 추종), SOXS(미국 반도체 역 3배 추종), FNGU(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기술주 3배 추종) 등이 매수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코로나19 폭락장 당시 TQQQ를 매수한 이들은 큰 수익률을 거뒀다. 작년까지만 해도 수백 퍼센트의 수익률을 인증하는 글들이 커뮤니티 여기저기서 올라왔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변했다. 커뮤니티에는 ‘티큐 수익률 마이너스 50%, 60%’ 등 손실 관련 글이 쏟아지고 있다. 지수가 우상향했다면 수익을 거뒀겠지만, 올해 초부터 이어진 지정학적 리스크와 원자잿값 상승, 공급망 불안, 인플레이션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등이 연이어 악재로 작용했다. 올해들어 TQQQ와 SOXL의 수익률은 각각 마이너스 73%, 80%에 달한다.
서학개미들이 하락장을 저가매수 기회로 보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증시의 방향성을 진단하기에는 변수가 많다. 미국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과 함께 원자잿값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증시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더구나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증시가 박스권에서 횡보를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손실을 볼 수 있다. ETF 상품은 그 기초자산을 추종하도록 정기적으로 리밸런싱하는데 3배 레버리지는 매일 리밸런싱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일별 등락률과 배수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하락 후 상승을 통해 지수가 매수 당시까지 회복되더라도 손실을 볼 수 있다.
최근 이어진 하락장에서 커진 손실로 조급해진 투자자들의 심리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레버리지 상품은 만능이 아니다. 손실을 메꾸기 위한 ‘한방’ 투자가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