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실리콘투(257720)가 무상증자를 검토 중이란 공시를 하면서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실리콘투의 공시에는 구체적인 무증 규모나 계획이 전혀 없어 테마에 편승해 주가를 부양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무증 검토 공시는 그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데다, 최근 무상증자를 공시한 코스닥 상장사들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일종의 테마주 성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리콘투의 공시는 무증 철회가 결정되더라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가능성이 적어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미 무증 계획 공시로 주가가 급등했지만, 무증이 철회되더라도 회사에는 큰 피해가 없는 만큼 투자자들이 이를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리콘투는 지난 21일 수시공시의무관련사항(공정공시)를 통해 무상증자를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실리콘투는 “유통주식수 확대에 따른 거래 유동성 확보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현재 무상증자 진행을 검토 중에 있다”며 “무상증자의 규모 및 시기 등의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무증 계획에 대한 자본금의 출처나 구체적인 규모도 확인되지 않았지만, 주가는 이 같은 공시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실리콘투의 주가는 해당 공시가 나온 직후 상한가에 직행했으며, 지난 22일에도 5.71% 상승하며, 2거래일 간 37.04% 급등했다.
공정공시는 상장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중대한 변동사항을 지체 없이 신고해 일반대중에 공시하는 사항을 말한다. 대개 기업의 영업활동 정지나 사업목적의 변경, 대주주의 변경, 부도, 배당 계획 등을 공시하는 데 활용된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 공시규정에 기재하고 있는 사실이 발생한 때에 해당 내용을 거래소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공시규정에 기재된 증자와 관련 공시 의무는 ‘증자 또는 감자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이다. 즉, 증자를 검토 중이라는 사실은 공시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무증 검토 계획이 공정공시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무증 계획이 사실상 확정적이라면 공시를 할 수는 있다”면서도 “일반적으로 검토 계획 단계에서 공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공시가 주가부양에 목적을 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반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에선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공정공시를 통한 무증 검토 계획 공시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도 자유로운 편이다. 무증 공시 이후 무증 계획을 철회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사유에 해당하지만, 공정공시의 경우 투자자에게 미리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인 만큼 의무공시에 비해 거래소의 규정이 느슨하다.
거래소 관계자는 “회사가 무증 실행의 의지도 없이 이를 공시했다면 불성실공시 여부를 따져보게 될 것”이라면서도 “회사가 의지는 있지만 어떤 사정상 무증의 일정이나 내용을 변경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실리콘투의 경우 앞서 무증 공시로 주가가 급등했던
노터스(278650)나
공구우먼(366030)과는 재무 상황 차이도 크다. 노터스와 공구우먼은 기업의 자본금 대비 잉여금의 비율을 뜻하는 유보율이 높았다. 이는 기업이 경영성과로 인한 기업의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것으로, 사내에 축적해두고 있는 잉여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회사의 무상증자 가능성도 높다.
노터스와 공구우먼의 유보율은 올해 1분기 기준 각각 8958.13%, 1만2991.43%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리콘투의 유보율은 1598.92%에 불과하다. 최근 1주당 0.66주의 무증 계획을 공시한
인크로스(216050)의 유보율이 2457.05%다. 단순히 유보율만 놓고 봤을 때 무증 규모는 1대 0.5도 힘들다는 의미다.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유보율이 2만2102.96%에 달한다.
실리콘투 관계자는 “무상증자 관련해선 원래 계획이 있었고, 거래소와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노출될 우려가 있어 공정공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무증 규모나 일정과 관련해선 아직 이사회가 열리지 않아 알 수 없다”며 “이사회 개최 일시 역시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