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오른쪽)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1일 오후 국회 원구성협상을 위해 본관 운영위원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국회 공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여야가 각각 '부적격'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과 국회 의장단 단독 선출 카드를 놓고 고심에 들어갔다. 하지만 해당 사안을 강행할 시 자칫 독주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섣부르게 꺼낼 수 있는 방안은 아니라는 점에 여야 모두 공감을 표했다.
여야는 22일 오후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원구성 추가 협상을 진행하려 했으나 이조차 불발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민주당이 이재명 의원의 고소·고발 건을 국회 원구성 협상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주장하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재명의 '이'자도 안 나왔다고 한다. 사과하지 않으면 오늘 예정됐던 원내대표 회동을 갖지 않겠다"고 격분한 데 따른 결과다.
여야는 현재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반기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근거로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통상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졌다며, 일단 의장단부터 선출한 뒤 논의하자고 맞서고 있다.
21대 하반기 국회의장에 내정된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회 여성정치인 어울모임 - 제8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당선자 축하모임'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구성이 지연되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단독으로 의장단을 선출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지난달 민주당은 국회의장 후보자로 5선의 김진표 의원을, 야당 몫인 국회부의장 후보로 4선의 김영주 의원을 내정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의장단 단독 선출 관련해 "진작부터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카드로,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국회의장이라도 단독 선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래야 원포인트 일몰제 폐지 등 현안에 대해서도 긴급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당내에서)올라오기 시작했다"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민주당은 지난 2020년 21대 상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파행을 겪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불참 속에 박병석 전 의장을 선출한 경험이 있다. 전례는 있으나 이를 다시 강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거대 야당으로서 독주한다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어서다. 이미 검수완박 입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위장탈당', '회기 쪼개기' 등 꼼수를 동원해 비판받은 만큼 의장단 선출까지 급하게 풀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장이라는 무게를 생각할 때 이를 단독 선출한다는 것은 국민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역시 국회 공전으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히지 않자 고민이 깊어졌다. 현재 박 후보자는 음주운전과 논문 중복 게재 논란, 김승희 후보자는 부동산 갭투자와 편법 증여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여당 내에서조차 부적격 논란이 제기됐다. 때문에 윤 대통령이 국회 표류를 이유로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국민의힘에 독주 이미지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두 후보자의 경우 임명 자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사실상 자진사퇴를 권유하는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27일 여의도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남성 편중 내각 지적에 여성인 두 후보자 지명 직후인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이 국민 여론에 항상 귀 기울이고 있고, 야당과는 소통과 협치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치켜세웠지만, 이달 16일에는 "민주당이 진정 장관 후보자 검증을 하고 싶다면, 후반기 법사위원장 문제를 매듭지은 후 정식으로 청문회를 개최하라"며 두 후보자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방어 태세를 취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 요청할 두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관련해 21일 "시간을 넉넉히 해 보내기로 했다"며 국회 패싱 우려를 차단했다. 두 후보자의 청문 기한은 20일 종료돼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열흘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