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성질환 의약품 개발을 전문으로하는 바이오기업
코아스템(166480)이 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로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CB의 전환가액이 최저치에 한참 못 미치면서 조기상환청구(풋옵션)이 청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아스템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영업적자가 지속되면서 부채비율이 높아진 상황이라 차입금이 추가로 늘어날 경우 자본잠식 우려도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7일 코아스템이 발행했던 410억원 규모의 1회차 CB 풋옵션이 처음으로 행사됐다. 풋옵션 행사 규모는 56억원이다. 앞서 주식전환청구가 진행된 21억원을 제외하고 해당 CB의 미상환 금액은 333억원에 달한다.
코아스템은 지난 2020년 줄기세포 기반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루게릭병) 치료제 ‘뉴로나타-알’주의 임상3상 진행을 비롯한 R&D(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 등을 위해 41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CB의 발행 조건은 대체로 회사 측에 유리하게 결정됐다. 우선 표면이자와 만기이자가 0%로 결정됐으며, 최저 전환가액은 최초 전환가의 85%로 결정됐다. 통상 최저 전환가액은 최초 전환가액의 70%로 결정되며, 일부 CB의 경우 액면가까지도 허용한다.
CB의 발행 당시 전환가액은 1만8672원, 이에 따라 최저 전환가도 1만5872원으로 결정됐다. 이날 종가 기준 코아스템의 주가는 1만500원이다. CB 투자자들이 주식전환을 통해 수익을 보기 위해선 주가가 51.16% 넘게 올라야 한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코아스템 CB의 경우 표면·만기이자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주식전환을 통한 시세 차익이 유일한 수익 수단이다. 풋옵션 역시 이자율은 0%로 행사하더라도 원금만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CB투자자들이 풋옵션 행사에 나섰다는 것은 기회비용을 고려한 CB의 보유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다.
문제는 코아스템의 원리금 상환 능력이다. 코아스템은 지난 2015년 상장 이후 첫해를 제외하곤 6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와 지난 2020년에는 별도 기준 매출액이 각각 12억원, 19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상장폐지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스닥 상장 규정상 △4년 연속 적자, △매출액 30억 미만은 관리종목 지정 사유에 해당한다. 코아스템은 2019년까지 기숙특례 상장으로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됐으며, 2020년부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통해 관리종목을 피했다. 혁신형제약기업 인증기업은 관리종목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 CB 풋옵션 행사로 상황이 달라졌다. CB 상환으로 유동성에 타격이 생길 경우 자본잠식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CB의 경우 사채의 형태태지만, 보유자의 선택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 전환권을 공정가치로 평가한다. 1분기 기준 코아스템의 미상환 CB는 389억원이지만, 전환조정권(183억원)을 반영한 부채는 206억원이다. 부채로 인식되는 금액은 206억원이지만, 전량 풋옵션이 행사될 경우 갚아야할 원리금은 389억원이란 의미다.
1분기 개별 기준 코아스템의 자산총계와 부채총계는 각각 606억원, 452억원이며, 자본총계는 154억원이다. 코아스템이 CB 상환을 위해 추가 차입에 나설 경우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코아스템의 경우 지속된 영업손실 속에서 지난해 해외 의약품품질관리기준(GMP)시설 투자 등을 이어가며 현금성 자산이 급격히 감소한 상태다. 지난 2020년 말 339억원 수준이던 현금성자산은 올해 1분기 3억8000만원까지 쪼그라들었다. 1분기 기준 코아스템의 연결, 개별 부채비율을 각각 101.74%, 293.53%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사의 유동성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CB들이 조기상환 청구될 경우,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며 “주가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극단적인 상황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미상환 CB 333억원과 관련 코아스템 관계자는 “CB의 경우 100억원의 콜옵션 행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콜옵션 행사분의 경우 상환 부담이 없을 것”이라며 “CB 원리금 상환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자회사의 블록딜 등을 통한 자금 마련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적긴 하지만 단기금융 상품 등을 포함한 유동자산은 400억원이 넘는다”고 해명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