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전기요금이 인상됐다. 한국전력이 3분기(7~9월)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킬로와트시)당 5원 인상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전력의 경영 사정에는 언발의 오줌누기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기에도 미흡해 보인다. 요즘처럼 물가가 오르고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당장 필요한 만큼 모두 올리는 것은 물론 곤란하다.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고통을 나누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방향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데는 소홀히 해온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기후위기를 막아야 한다며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하자는 목소리는 컸다. 그렇지만 정작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무심했다.
이를테면 자동차 가운데서도 경차나 소형차를 비롯한 알뜰한 자동차는 점차 밀려나고 연비 낮은 대형 승용차나 SUV 등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기차 생산과 보급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도 결국은 전력 수요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요즘처럼 국제에너지 가격이 오를 때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종의 에너지 안보 위기가 아닌가 한다. 무역적자가 급증하고 환율 불안이 진정되지 않는 등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결국 이런 에너지 안보 위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급등하는 국제유가는 이런 태만과 무관심에 큰 경종을 울렸다.
한국의 경우 특히 에너지를 방만하게 사용해 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10위의 에너지 다소비국이다. 동시에 저효율 소비국이다. 에너지 사용 효율을 나타내는 에너지원단위는 OECD 최하위 수준(36개 중 33위)이다.
독일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경제가 성장해도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경제 성장과 함께 에너지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고 산업부는 진단했다. 따라서 한국도 경제가 성장해도 에너지 소비를 줄여나갈 수 있는 체질로 바꿔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서두른다고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체 에너지 소비의 62%를 산업 부문이 차지하고 있고, 이 가운데 90%가 차지하는 철강 석유화학 정유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몫이다. 이들 업종은 거대한 장치산업이어서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가 참으로 어렵다.
게다가 요즘에는 대형 IT기업의 데이터센터나 가상화폐 채굴과에서 막대한 전력이 소비된다. 이렇듯 에너 지소비가 줄어들 요인보다는 늘어날 요인이 즐비하다. 오히려 에너지 다소비는 경제성장의 지표나 다름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실정이다. 그래도 에너지 효율이라도 높여야 하는데, 이마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또한 30대 재벌의 39개 사업장이 산업부문 에너지 소비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의 경우 전기요금이 다소 올라도 흡수하거나 전가할 능력이 큰 편이다. 게다가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생겨도 조정을 마다해 왔다. 그러니 굳이 열심히 에너지를 절감하고 효율을 높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는 것이다.
전기요금은 마치 금리와 비슷하다. 올릴 요인이 있으면 올리고 내릴 요인이 있으면 제때 반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효율성은 향상되지 않고 에너지 다소비 체질이 굳어지게 된다. 오늘날 한국의 에너지 효율이 낮은 큰 요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에너지 사용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기료를 한전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계속 쥐고 있더라도 필요할 때마다 조정해야 한다.
이 밖에도 에너지 사용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정책은 많다. 이를테면 경차와 소형차를 세제와 보험료 등으로 우대하거나 태양광 사용 보조금을 확대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정부가 관심을 가질수록 양질의 정책이 나오는 법이다.
산업부는 지난달 23일 새 정부 첫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에너지정책의 중심을 ’공급‘ 중심에서 ’수요 효율화‘로 과감하게 전환하겠다고 했다. 시의적절한 방향 전환이라고 하겠다. 과연 얼마나 효율적인 정책이 앞으로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