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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외감법 도입 4년④)"유례 없는 감사인지정제 폐지해야"
3년만에 감사비용 2배 증가…기업 비용 부담 커졌지만 감사품질은 그대로
입력 : 2022-07-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신외부감사법이 도입된지 4년이 지났지만, 기업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신외감법 도입에 따른 비용부담에 비해 감사 품질의 영향이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실제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신외감법 도입 이후 기업들의 감사비용은 2배 이상 증가했지만, 감사 품질이 향상됐다는 의견은 많지 않았다. 더불어 올해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까지 터지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외감법 중 하나인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강화에도 상장사에서 직원이 188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횡령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회계업계에서는 신외감법 도입으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하는 회계투명성 순위가 상승해왔다고 주장해왔는데 최근 회계투명성 순위까지 하락하며, 이 같은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 이후 신외감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뉴스토마토>가 상장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상장협과 코스닥협 단체장들에게 신외감법의 개선 방향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단체장들은 신외감법 도입 이후 회계법인과 상장사들의 갑을관계가 형성되며 외부감사 비용이 급격히 증가한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으며, 자유계약의 원칙에 따라 주기적 감사인지정제를 폐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장경호 코스닥협회장과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의 일문일답이다.
 
장경호 코스닥협회장(좌),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
신외감법이 도입 이후 감사 비용부담에 대한 상장기업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사비용 증가가 상장사들에게 어느 정도로 부담이 되고 있는지. 감사비용이 증가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무엇인가.
 
장경호(이하 장): 올해 코스닥상장법인 평균감사보수는 1억7309만원으로 신외감법 도입 전(8632만원) 대비 100.5% 상승했다. 신외감법으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증가했다는 의견이 90%를 넘는 상황이다. 특히 주기적 지정제도로 인해 기업의 감사계약 시 협상력이 저하된 부분이 감사비용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작년 기업실무자 291명을 대상으로 신외부감사규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과반수가 주기적 지정제도 도입(60.82%), 표준감사시간제도 도입(65.98%) 및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59.79%) 모든 측면에서 감사품질에 유의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정우용(이하 정): 상장협의 조사 결과, 상장회사(코스피+코스닥)의 외부감사 보수는 신외감법이 도입되기 이전인 2017년과 비교해 3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일반적인 시장에서 단기간 내에 2배 이상의 가격 상승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외부감사 품질 개선으로 외부감사 보수가 상승한 것이 아니라, 규제를 활용해 의도적으로 외부감사 보수를 끌어올렸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크다고 본다. 자유계약의 원칙에 따라 서비스 공급자를 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다면 회계법인이 요구하는 비합리적 혹은 비효율적인 요구사항들에 대해 조율이 가능했겠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 ‘갑 중에 갑’이 된 회계법인의 요구에 기업 실무자들은 불만을 언급하기조차 힘든 구조다. 
 
신외감법 도입으로 중소기업 등 규모가 작은 회사들의 부담이 특히 크다는 지적이 있다. 해외의 경우 제도적으로 중소기업들의 외부감사나 회계관리에 특성이 고려되고 있나.
 
: 우리나라가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벤치마킹한 미국은 시작부터 시가총액 7500만달러 미만의 소규모 회사는 적용유예 후 면제하고, 이후 신생성장기업, 매출액 1억달러 미만인 회사에 대해 감사를 면제하고 있다. 미국과 EU는 의무적 감사인 교체를 논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감사인을 직접 지정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 신외감법에서 도입한 감사인지정제도와 표준감사시간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규제이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없다. 다만, 내부회계관리제도는 미국의 제도와 비교가 가능한데, 매출이나 유통주식의 시가총액에 따라 상장기업의 외부감사를 면제해주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모든 상장회사에 대해 2025년부터 연결기준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과연 이를 통해 우리에게 돌아오는 실익은 무엇인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표준감사시간, 내부회계관리제도, 주기적 감사인지정제 등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구체적인 개선 방향이 있나.
 
: 표준감사시간은 개별기업의 고유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표준감사시간을 강제해 계약이 진행되는 경우가 빈번한데, 단기적인 해법이지만 강제적인 규제로 오해할 소지가 있는 ‘직권지정 사유’ 삭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 기업의 규모·특성을 고려해 자산총액 1000억원 미만 중소기업에는 감사 면제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지정감사 1회 진행 후 일몰시기를 정해 폐지할 것을 제안한다. 
 
: 정상기업에 외부감사인을 강제로 지정하는 주기적 감사인지정제는 폐지하여야 하고, 다양한 직권지정 사유도 존치 필요성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 표준감사시간은 외부감사법에서 정할 사항은 아니며 회계사협회의 자율규제(가이드라인) 정도로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세밀하고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이런 의견들이 나오는 것은 회계법인도 감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모호한 기준들로 감사한 후 변경된 다른 감사인이 동일 사안에 대해 다른 판단을 하면 그 피해는 모두 기업에 돌아간다.
 
신외감법 도입으로 나타난 긍정적 변화들도 있을 것 같은데, 긍정적인 변화와 그 한계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
 
: 신외감법에서 도입한 외부감사제도가 문제없이 잘 작동한다면 기업이 외부감사인에게 감사받기 전 작성한 재무제표의 적정성과 신뢰성이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신외부감사법 시행 이후 주기적 외부감사인 지정제도와 표준감사시간제도로 회계감사의 독립성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회계투명성의 주체는 기업이어야 하며 외부감사시장은 시장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
 
: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확보와 회계부정의 처벌이 확대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외부감사인 선임절차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회사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이 높은 감사위원회 또 감사가 외부감사인을 선임토록 변경되면서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이 충분히 확보됐고 생각된다. 이와 함께 회계부정이 발생된 회사와 관련자들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이고 과징금을 부과키로 한 점은 사전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본다. 
 
신외감법 도입에도 기업들의 횡령 사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좀 더 근본적인 처방이 있나.
 
: 횡령사건은 제도적 결함이 아닌 개인의 일탈과 특정 기업의 문제다. 회계감사기준 등에 따른 절차는 합리적이나 이를 준수했음에도 발생하는 부정은 내부통제제도의 고유한계이며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도 횡령사건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제도 적용의 실효성 및 비용, 효익 관계를 면밀히 고려해야 하며, 제도적 보완점은 충분히 강화되었기 때문에 시행 중인 대책을 실효성 있게 작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최근 횡령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 보도되면서 이러한 사태들을 회계 부정과 함께 다루어 얘기하기도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횡령은 회계 ‘부정’이라기 보다는 내부통제 또는 감사 ‘미비’라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본다. 횡령은 회사의 자산을 탈취하는 범죄 행위로서 사전적으로는 효율적 내부통제를 통해서 예방하고, 사후적으로는 회사와 외부감사인의 감사과정에서 적발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지금은 누가 잘못했는가 책임 공방을 하기보다는 정책당국과 기업 그리고 외부감사인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효율적인 대안을 찾고자 고민해야 할 시기라 보여진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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