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5선 중진 설훈 의원이 17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이낙연계로 꼽히는 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기의 경고음을 듣지 못하고 폭주하는 기관차를 세우기 위해 철길에 뛰어들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설 의원은 "지금 민주당은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용기도 없다"며 "목숨 같던 청렴과 도덕성은 비아냥과 조롱거리로 전락했는데도 부정하고 외면했다"고 현재 당 상황을 비판했다.
이어 "대선과 지선에서 연이어 참패했지만 반성도 혁신도 하지 않은 채 책임회피만 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오만과 무능력함 때문에 민생이 파탄 지경인데도 함께 맞서 싸우려는 의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은 다분히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인 이재명 상임고문을 겨냥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설 의원은 지난해 당내 대선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이 고문의 '사법 리스크'를 집중 지적하는 등 저격수 역할까지 했다.
이날도 설 의원은 이 고문이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자 1시간 뒤에 같은 장소에서 회견을 진행했다.
설 의원은 "가만히 있기엔 제가 민주당에 진 빚이 너무 크다"며 "설훈을 키워준 민주당에 은혜를 갚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는 "예외 없는 원칙, 반칙 없는 상식으로 분열을 멈춰세우겠다"며 "연이은 패배, 갈등과 분열은 원칙을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리사욕을 철저히 차단하고, 원칙과 룰을 흔드는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 당대표는 뚝심 있는 저 설훈만이 할 수 있다"며 "지금 민주당에 꼭 필요한 말이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고 강조했다.
설 의원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이 고문이 출마하지 않기를 끝까지 기다렸으나 오늘 출마했다"며 "발표를 보고 (저도) 지금 보는대로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이 위기에 처해 분당론까지 나오는 실정인데 가만히 있다면 도리가 아니다"라며 "당을 하나로 뭉쳐서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이기도록 하고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하도록 토대를 닦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팬덤 정치에 장점도 있지만 폐해가 너무 많다"며 "이 고문이 심사숙고해서 스스로 정리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대세론에 맞서 비명계 주자들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컷오프에서 3명으로 압축되니 자연스럽게 정리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출마에 대해 이 전 대표와 상의했느냐는 질문에는 "출마한다고 통보했다"며 "다른 얘기는 할 필요 없다. 미국에서 쉬는 분을 정치 현장으로 모셔오는 것 같은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날 설 의원의 출마선언 직후 국회 앞에서는 지지자 50여명이 모여 "당대표는 설훈"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