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택배기사 과로사를 막기 위해 지난해 6월 정부, 택배사, 택배노조 등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지 1년이 지났다. 택배노조 측은 택배사가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진경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위원장 20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택배 사회적 대화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국토부의 이행실태 점검결과를 보면 28%의 터미널만 분류 인력이 정상적으로 투입돼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수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나머지 72%의 터미널은 분류인력이 정상적으로 투입되지 않고 있는데도 국토부의 택배사 사회적 합의 이행 '양호' 평가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롯데택배의 진천메가허브터미널 가동, 한진택배 쿠팡 물량 이탈 등으로 사회적 합의 이후 20년 만에 올랐던 택배 요금이 다시 내려가고 있다"며 "물가와 경유 값의 폭등으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물량을 더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또다시 택배기사 과로사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해 사회적 합의를 이룬 데 이어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진 위원장은 "택배사들의 저가출혈 경쟁이 택배기사에게 전가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며 "택배기사 과로방지를 위한 주5일제, 사회적 합의에 쿠팡과 유사택배업체를 동참시키는 문제 등 택배산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택배 사회적 대화의 성과와 과제 토론회(사진=최유라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남근(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사회적 합의는 택배산업이 저가수주의 늪에서 벗어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개혁하는 계기가 됐다"며 "경제구조의 급속한 변화와 이에 따른 노사 등 사회적 갈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 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규혁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도 "사회적 합의는 택배기사의 과로사 문제를 노사정뿐 아니라 시민사회가 함께 모여 해결책을 제시했다"면서도 "택배 현장은 여전히 열악하고 지난 사회적 합의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한 주 5일제 등의 이슈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택배가 소비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택배기사에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석운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과로사 방지를 위한 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그는 "고용노동부는 과로사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는 택배기사에 대한 건강검진 등 건강관리 방안과 과로사 위험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토교통부를 대표해 참석한 이민규 상황총괄대응과 사무관은 "정부는 사회적 합의에 대해 제도적, 정책적으로 지원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위해 그간 가입률이 저조했던 택배기사 산재보험 가입을 추진했고 백마진 등 불공정 거래 관행을 제재하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택배노조 입장에서는 분류작업 인력 투입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담당자들이 매주 물류센터를 방문해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며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했음에도 비용을 받지 못하는 사례 등을 적발했고 현장에서 시정 가능한 사항은 즉시 시정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