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이미 자녀 7명을 둔 2021년에 쌍둥이를 추가로 얻은 뒤에, “출산율 붕괴가 문명의 최대 위험”이라고 트윗하였다. 그렇다면 지난 11일 간행된 ‘UN인구전망’은 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겠다. 실제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으며 일부 국가들은 인구가 줄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인구는 늘고 있다. UN은 오는 11월15일에 세계인구가 80억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UN은 세계인구가 2080년대 중반에 104억명까지 늘어났다가 세기말까지 정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세기 말까지의 인구성장은 대체 어느 곳에서 일어날까? 이코노미스트지가 11일 실은 UN 인구 그래프는 이 궁금증에 답한다. 2023년에 중국과 인도는 각각 14억명을 기록하며 인도가 중국을 추월할 전망이다.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 518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인구가 계속해서 줄어들어 2070년에는 3766만명(1979년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여러모로 위기를 맞이한다.
우리는 막연하게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부족을 걱정하면서도 여성들에게 "애기를 많이 낳으세요"라는 덕담인지 악담인지 모를 말을 건넬 뿐, 왜 그리 되었는지, 해결책은 무엇인가에 대하여서는 '발등의 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노동력 부족으로 경제위기가 더욱 악화된다면,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코로나19의 역습이후 대중 식당가와 유흥가는 향략객들의 감소를 모두 방역 규제 탓으로 돌렸지만 근본적으로는 베이비부머들의 열정이 식어가고 산업활동 인구가 줄어든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겹쳐 노동력 부족(1.2%)과 그로 인한 경제위기를 걱정한다. 지난 2일 가디언지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1.9%가 부족하여 유럽 국가중에서 가장 심각하다. 노동력이 이웃나라들로 유출되는 탓이다. 독일과 미국은 각각 마이너스 0.3%를 기록한다. 우리나라는 사정이 괜찮은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인력 부족률은 2.2%이다. 기준시점이 좀 다르지만 이탈리아보다 심각하다.
부문별로 보면 올해 건설 내국인력 부족은,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21만4609명이다. 농림어업 취업자는,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976년 551만4000명에서 2021년 145만8000명으로 비약적으로 줄었다. 작년 일당 15만원(정부 전문가 자문수당 수준)이던 농촌 일용직은 금년 여름에는 일부 지역에서는 20만원에도 구하기 힘들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핵심노동인구(국제노동기구 기준 25~54세)는 2020년 45.3%로 OECD 38개국 중 두 번째로 높았으나 2047년에는 31.3%로 가장 낮아진다.
청소년과 고령자들이 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우리 노동력 부족을 일부 메워준다. 농어촌이나 산간도서를 불문하고 이들이 없으면 제1차 산업이 돌아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외국인들은 상당수가 불법체류중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가맹하기도 어렵고 노동력 인구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그들과 거래되는 자본은 지하경제나 국외자산으로 편입된다. 도시인들은 농어촌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미래세대와 야생을 걱정하여 환경·생태 요충지를 공유화하는 특수법인은 관행농을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지만, 농촌에서는 풀깎기가 힘들어 제초제로 해결한다. 필자는 옥천 어느 마을에서 오후 3시 예초기로 길섶에 풀을 깎는 여성이 반가워, 일을 방해하는 줄도 모르고, 말을 건넸다. "새벽에 풀을 깎지 그러세요?" 다행히 그녀가 답했다. "이슬로 예초기 날이 잘 나가지 않아요. 독사들도 만나구요." 얼굴 가리개를 벗으니 그녀의 얼굴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다.
같은 마을에서 만난 80줄의 여성이 밭에서 모자 하나에 의지하여 풀을 매기에, "가만히 계셔도 더운데 이 땡볕에 밭일까지 하세요"라고 우문을 건넸더니, "일할 사람이 없어"라고 답하신다.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건네기도 민망하여 황급히 밭에서 나왔다. 도시에 사는 베이비부머들은 소일꺼리를 찾으며 100세까지 살고 싶을지 모르겠으나 농어촌에 사는 한 좋고 싫건 간에 땀 흘리는 노동에서 벗어나기 힘들겠다. 젊은이들이 고령자들을 먹여 살린다고 억울해 할 일이 아니다.
나 홀로 생각인지는 몰라도 일에 비하여 과도한 지위를 누리는 정당들을 위시하여 우리 정치인들은 권력을 얻건 잃건 때만 되면, 국민들의 곳간이 비건 말건 권력투쟁에 몰입한다. 이런 위기요인들이 각종 선거에서 부각되지 아니함은 더욱 놀랍다. 위정자라면 모름지기 국가의 장래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모으는 일에 전념해야 하지 않겠는가. 세계 인구는 늘어나지만 우리나라는 인구가 감소하며, 산업현장의 핵심 노동력이 감소하는데 대한 적응과 전환이 절실하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