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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소떼세탁’ 통해 온실가스 줄이는 소고기산업
입력 : 2022-05-10 오전 6:00:00
세계인들이 즐겨 먹는 팜 오일이나 아보카도 등 열대 농산물들이 높은 물·탄소 발자국으로 인하여 현지 밀림 생태계를 파괴시킨다는 비판을 듣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애호하는 소고기가 아마존 밀림을 파괴하는 원흉으로 지탄받고 있어 국제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농림축산검역본부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우루과이, 칠레, 멕시코, 덴마크 및 네덜란드로부터 소고기를 수입하기 때문에 브라질에서 키우는 소고기가 아마존 밀림을 파괴하건 말건 우리와 무관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드넓은 초원에서 키우는 소들이 왜 아마존 우림을 파괴하는가에도 의구심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브라질의 ‘소떼세탁’과 미국의 소고기 무역 구조를, 한국의 육류 생산과 수입 실태를 살펴보면 마술의 비밀이 드러난다.
 
먼저 육류 생산용 사료 수입을 보자. 우크라이나 전쟁은 코로나19로 팽창된 각국 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킴으로써 사람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든다. 곡물과 육류 수입가격의 인상은 석유와 함께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키는 주역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2020년에 19.3%선으로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이는 소·돼지·닭 등에게 먹이는 사료가 식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사료업계에 따르면 2021년 국내에서 약 2000만톤의 배합사료가 생산되었는데 원료의 50%가 수입된다. 사료용 옥수수 수입가는 2020년 톤당 199달러에서 2021년 초 300달러로 올랐다. 수입 사료를 먹여 생산하는 육류를 계속 먹어야 하는가를 고민스럽게 만든다.
 
그렇다고 하여 불완전경쟁 시장의 특성을 반영하는 수입산 육류가 대안인가에도 의문이 있다. 한국 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수입산 육류가격(냉장 소고기 45.3%, 돼지고기 10.5%, 닭고기 46.3%)이 가파르게 올랐다. 농축산물 수입액은 해가 갈수록 늘어났다. 한국 농수산물유통공사 수입정보에 따르면, 농산물은 지난 2015년 최저 179억200만달러에서 지난해 252억8900만달러로 올랐고, 축산물은 2012년 최저 47억2100만달러에서 지난해 91억7700만달러로 치솟아 두 품목을 합치면 지난해 국가 총수입액(6150억5000만달러)의 5.6%를 차지한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수입산 육류도 지속가능한 방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엎친 데 덮치는 격으로, 수입사료로 생산되는 육류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물가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수입산 육류는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평판을 듣는다. 워싱톤포스트는 지난달 ‘걸신들린 우림파괴’(Devouring the Rainforest)라는 제하의 심층기사에서 “소고기에 대한 미국인들의 사랑이 어떻게 아마존 우림 파괴를 돕는가. 소떼들이 이동하면 미국은 공범이 된다”는 주제로 소고기 생산과 유통을 둘러싼 국제적 비리를 파헤쳤다. 이 비리에 주역으로 등장하는 기업은 상파울루에 본사가 있는 다국적 식품기업 JBS 브라질이다. 창립자 이름을 따서 설립된 JBS의 지주회사는 같은 창립자가 공동으로 설립한 J&F투자이다. JBS 브라질은 미국에 JBS USA를 손자회사로 세웠다. 이들이 공조하는 교묘한 회피를 살펴보면, 소고기 생산유통을 둘러싼 국제적 세탁구조를 엿볼 수 있다.
 
브라질 초원에 소떼를 키우는 일이 문제되는 첫 번째 이유는 아마존 밀림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초지와 농장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반론이 있지만, 아마존 유역은 종래 전세계 육역의 산소공급량 20%를 생산하였다. 지난해 UN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아마존 밀림의 18%가 다른 용도로 바뀌었고 현재 17%가 추가로 바뀌고 있다. 지난 3월 네이처지에 수록된 논문 ‘2000년대 초 이후 아마존 우림 복원력의 확연한 상실’에 따르면, 원격광학탐사기법으로 식생(1991~2016)을 분석한 결과 아마존 우림의 3/4 이상이 2000년대 초 이후 복원력을 상실하고 있다. 세계 최대 소고기 생산업자인 JBS는 불법으로 아마존 우림을 황폐화시킨 곳에서 키운 소들을 구매하였다는 이유로 그린피스 등으로부터 고발당하였다. 브라질 환경청(IBAMA)은 2017년에 JBS의 아마존 육류가공공장 2곳이 5만마리의 소들을 구매하였다는 이유로 75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였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밀림을 파괴하는 축산기업의 소고기 수입을 금지한다. JBS는 이를 회피하기 위하여 이른바 ‘소떼세탁’을 자행한다. 소들을 이 목장에서 저 목장으로 옮기기를 반복해 원산지 추적을 막는다. JBS의 임원들은 “브라질의 소떼 공급망이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며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수천개의 목장들이 엮여 있어 모니터링이 극히 어렵다. JBS는 소고기 공급망에서 산림파괴를 극복한 상위 5번째 기업이었다”고 자랑한다. 아마존 우림파괴가 소고기 산업 때문이 아니라 역사적 토지이용 때문이라는 브라질 농업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미국은 이렇게 검열을 통과한 브라질산 소고기를 세계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한다. 미국의 2020년 쇠고기 전체 수입량은 151만5998톤이었고 수출량은 134만673톤이었다. 미국이 세계 8%의 소 두수로 세계 18%의 쇠고기를 생산하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한국은 그런 미국으로부터 다시 소고기를 일본과 막상막하 액수로 수입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광우병 파동(2008년) 이후 2017년 한국에 대한 소고기 수출량(17만7445톤)에서 호주(17만2804톤)를 앞질렀다. 한국에도 사무소를 개설한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 홈페이지에 발표된 미국 소고기 산업의 지속가능성은 놀랍다. 온실가스 배출 세계 최저 수준도 그렇다. 전세계 축산물 생산 전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이고 소고기 산업 배출량이 6%인데 비하여 미국 소고기는 0.47%만을 차지한다고 밝힌다. 이 정도면 눈을 의심스럽게 만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지속가능성이다. 미국 육류업계가 JBS와 같은 탈법적 축산기업들이 아마존 우림에서 벌이는 소떼세탁 덕분에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면 기후정의에 맞지 않는다. 한국의 쇠고기 생산과 수입도 비용편익을 넘어 물 발자국과 온실가스 세탁경로를 추적해봐야 한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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