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국내외에서 전기차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가 사전 대응을 위한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가 상당한 만큼 배터리 등 핵심 장치 안정성을 정부가 사전에 인증할 방침이다.
박균성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자동차안전팀장은 21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전기차, 왜 자꾸 불이 날까?'를 주제로 열린 '2022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심포지엄'에서 "배터리 핵심 장치에 한해서 정부가 사전에 안전성을 인증하는 체계로 개편하고, 인증 사항 준수 여부를 지속해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균성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자동차안전팀장은 21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우선 국토부는 기업 자율성 등을 고려해 완성차의 자기인증제 하에 도입하고, 제작자 등이 사전인증을 신청하면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의 안전성능시험으로 인증해 사후에도 적합하게 제작하는지를 검사할 계획이다.
자기인증제는 제작사가 자동차에 사용되는 주요 16개 부품에 대해 정부가 정한 안전기준에 적합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증하는 제도다.
국토부는 판매 차량이 안전 기준에 적합한지 조사하는데, 물리적으로 모든 차종을 할 순 없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등록차종 417차종 중 19차종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뤄졌다. 이에 배터리만이라도 사전에 안정성을 인증해 화재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목표다.
또 배터리, 내압용기, 사이버보안 등 핵심장치의 안전기준을 보강한다. 현행 11개 시험 항목은 주로 배터리 외부 견고성을 평가하는데, 내년부터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기능 고도화, 화재확산 방지기준을 마련한다. 특히 BMS에 △액티브쿨링(과열시냉각) △비상경보기능△데이터저장(이상정보저장)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다.
전기차 화재로 우려되는 건 배터리 '열폭주'다. 배터리팩이 손상되면 내부온도는 1000도까지 치솟는다. BMS 소프트웨어가 배터리 온도가 높아지지 않게 관리하는 역할을 하지만, 배터리에 손상이 발생하면 무용지물이다.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전기차 화재는 총 45건이 발생했다. 평균 진화시간은 27분으로 최대 2시간이 소요됐다.
송지현 자동차안전연구원 중대사고조사처장은 "BMS 기능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하고 의무화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며 "본래 목적인 배터리 관리 기능 이외에도 배터리 이상 감지 범위와 경고 기능 확대, 화재 발생시 경보(대피·신고) 기능을 추가하고 열폭주 전이 지연 성능(최소 시간) 등을 갖추도록 하는 한편, 이러한 안전과 관련된 기능은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팀장은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장치에 대한 안전 기준을 보강하고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BMS와 화재 확산방지 기술 개발 등 안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배터리 검사 기술과 장비 개발·보급을 추진하고, 배터리 안전·성능 검사 이력을 데이터 베이스(DB)화해 사용 후 배터리 산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1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전기차, 왜 자꾸 불이 날까?'를 주제로 열린 '2022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심포지엄'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전기차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안전성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내연기관 차량과 동일하게 정면·부분정면·측면 충돌시험을 한다. 이때 배터리의 폭발·화재·감전 위험성이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 배터리만 따로 11개의 안전시험을 거친다.
이광범 법무법인 세종 고문은 "전기차 배터리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국제 기준이 제정되고 있으나, 이는 정상 조건에서의 시험평가"라며 "교통사고 등과 같은 비정상 조건(열폭주, 열전이 상태)에서의 평가는 없어 열폭주에 대한 시험평가항목을 추가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운전자들의 배터리 관리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속주행 중 발생하는 사고까지 예방하려면 안전도 기준을 몇 배 강화해야 하는데, 이는 차량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1회 충전 주행거리에 손해를 보더라도 완충 비율을 85% 내외로 낮추고 완속 충전을 습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급속 충전만 하거나 방전을 많이 시키면 배터리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배터리 충전량은 20%~80% 사이를 유지해주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완속 충전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광주=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