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 말부터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까지 경제계는 주요 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복권을 줄곧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포함되는 인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거론된다. 대내외적인 불안 요소로 국가 경제가 위기에 처했으므로 이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경기 침체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계가 사면을 요구하는 취지다. 물론 반론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들은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형 확정 후 가석방돼 형기 만료를 앞두고 있거나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된 상태다. 이 중 이재용 부회장은 오는 28일 형기가 만료되지만, 특정경제범죄법 14조 1항 1호에 따라 형기 만료일부터 5년 동안 취업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위반 혐의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 최근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지만, 시민단체가 이의신청하는 등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 5차례 단행된 사면에서 경제인은 단 1차례도 포함되지 않았지만,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만큼 새 정부 들어 단행될 첫 사면에서 주요 경제인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대적인 '친기업' 성향을 표방하면서 경제계의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국민 여론도 사면 결정 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는 요소 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번 사면 대상으로 전직 대통령이 거론되고 있어 심각하게 우려된다. 현재 사면 대상으로 포함될 만한 전직 대통령은 형집행정지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10월29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등 혐의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약 57억원이 확정됐다. 이후 검찰은 지난달 28일 이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는 곧 사면 순서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의혹으로 이어졌고, 현실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는 과거 정치권과 언론계의 전례에 따라 MB란 이니셜로도 불린다. 기자는 MB 뒤에 TI(Too Inappropriate)란 이니셜을 덧붙이고자 한다. 그가 사면 대상으로 유력하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해당 이니셜은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도 아닌, 미국의 가수 겸 영화배우도 아닌 온전히 이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에 대한 기자의 견해를 담아 만들어졌다. 이 견해에 공감하는 국민은 그렇지 않은 국민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짐작한다. 사면이 아무리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 하더라도 국민 여론을 무시한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그러한 결정은 대통령 집권 시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지지율로 보답받을 것이다.
기업인 사면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찬반 논란이 뜨겁다. 그러므로 신중한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 전 정부의 원칙을 현 정부도 이어가야 한다고 강요할 수도 없다. 만일 기업인에 대한 사면이 이뤄지면 경제 위기 극복이란 명분이 전면에 내세워질 것이다. 그렇지만 이 전 대통령도 기업인과 한 묶음으로 사면 대상에 포함된다면 어렵게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명분도 희석될 것이 뻔하다. 사면의 또 다른 목적인 사회 통합은커녕 갈등만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정말 부적절하다.
정해훈 재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