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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3만명의 우영우, 그리고 김정훈
입력 : 2022-07-26 오전 6:00:00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가히 ‘제2의 오징어게임’이라고 불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라는 드라마 소개대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다.
 
연일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는 이 드라마의 장점을 꼽자면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주류 미디어가 장애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역사는 띄엄띄엄 거슬러 올라가야만 찾을 수 있다. 장애인인 우영우의 성장기를 따라가면서 시청자들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보다 이해하게 되고,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일부나마 깰 수 있다. 차별과 편견으로 두꺼운 벽을 친 한국 사회에서 이 드라마가 세운 공이다.
 
아쉬운 점은 없을까. 드라마의 사건 해결은 대부분 우영우의 천재성에서 기인한다. 많은 전문가와 장애인 단체,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자폐 스펙트럼 장애, 나아가 발달장애를 가진 장애인 중에서 이러한 천재성을 지닌 경우를 찾기는 쉽지 않다. 장애인이라 가능한 것이 아니라 우영우니까 가능한 일이다.
 
실제 현장에서 보는 발달장애인의 모습은 오히려 극 중 '펭수 러버' 김정훈과 가깝다. 부모조차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도전적 행동을 하며,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그런 그에게 직업적 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상한 펭수 러버 김정훈'이 드라마로 나오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극 중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두 경우인 우영우와 김정훈이 등장하면서 어쩔 수 없는 대비가 이뤄졌겠지만, 마치 경증과 중증을 나누는 것 이상의 구분짓기가 자연스레 이뤄진다. 똑똑하고 어느 정도 의사소통도 가능한 우영우는 받아들일 수 있고, 위협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김정훈은 꺼리게 되는 또 하나의 잘못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
 
서울에는 우영우·김정훈 같은 성인기 중증 발달장애인이 약 3만명 있다. 이들 중 장애인복지관, 장애인주간보호시설 같은 곳을 이용하는 비율은 2/3 수준이다. 1/3 가량은 복지시설이 부족하거나 복지시설에서도 거부당한 채 가족의 품에만 맡겨져 있다.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은 원인·증상·정도가 천차만별로 전문가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경우가 상당수로 단기적 해결이 쉽지 않다. 물건을 내던지거나 자신의 신체에 내리치기도 하며, 바지 속에 손을 집어넣는 등 도전적 행동에 익숙하지 않은 비장애인이 접하기에 강도가 높은 경우도 많다.
 
심지어 정서적 친밀감이 가장 높다는 부모조차 도전적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손·발을 묶어놓는 경우도 있다. 프로 중의 프로라는 복지사들도 통제가 어려워 복자사 1명이 3명 이상을 맡기 버거울 때가 있다. 복지시설에서도 거절당하고 대중교통 이용하기도 어려워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눈물로 시간을 보낸다는 부모들의 하소연도 한 두개가 아니다.
 
서울시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 낮시간 동안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최대 5년까지 이용 가능하다는 점이다. 2017년부터 시행되던 이 사업은 참가자들의 요청으로 최근 이용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무려 5년에 달하는 기간이 필요한 이유는 자폐와 지적장애을 비롯한 이들 발달장애인의 심리를 이해하고 환경에 적응시켜 도전적 행동의 패턴과 원인을 파악해 이를 개선하는 데까지 긴 호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118명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34명이 도전적 행동이 개선되는 성과를 올렸으며, 84명은 아직 진행 중이다. 개선된 이들은 다른 복지기관시설도 이용 가능해졌으며, 일부는 공공일자리로 사회생활에 도전하고 있다. 
 
16부작에 인생이 달라지는 드라마와 달리 현실은 그렇게 드라마틱하지 않다. 당장의 신드롬을 일상의 변화로 가져오려면 비장애인도 노력해야 한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김정훈을 마주했을 때, 직장에서 우영우를 만났을 때 당신은 어떻게 그들을 대할 것인가. 변화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박용준 공동체팀장
 
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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