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오른쪽) 민주당 의원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대세론을 타고 사실상 차기 당대표를 예약했다. 당 안팎에서는 그의 당대표 선출보다 최종 득표율이 과반을 넘을 지가 관건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최종 득표율에 따라 당의 장악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이를 대하는 여권도 나쁘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이 의원을 둘러싼 각종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그에 대한 비호감이 진영논리를 타고 강화될 경우 국면 전환도 가능하다는 기대다.
이 의원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25일 발표한 차기 당대표 후보 지지도에서 42.7%를 획득하며 2위 박용진 의원(14.0%)을 압도했다. '97그룹' 주자들로 구성된 '양강양박'(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21.8%로, 이 의원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전해철, 홍영표 의원의 포기로 당 주류였던 친문계 주자가 전멸한 상황에서 97그룹이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왔지만 이 의원의 적수는 되지 못했다. 게다가 97주자들 간 단일화도 여전히 불투명해 전선 형성이 어렵다. 무엇보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가 차기 총선 공천권을 쥔다는 점에서 친문계도 사실상 분화됐다. 반명 흐름도 여전하지만 '공천' 앞에서는 눈치보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선을 돌려 정부여당으로 향하면 내심 이재명 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30% 초반으로 추락하고, 정당 지지도 역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추월을 허용한 상황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이 정부여당에 일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의원에 대한 비호감이 여전해, 이탈한 보수층이 다시 정부여당으로 집결하고 중도층도 대선처럼 둘로 나뉘어 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의 민주당이 가장 상대하기 쉽다"고 했고, 한 중진 의원도 2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반전의 계기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내부 기류를 전했다.
박용진(가운데) 민주당 의원이 2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전당대회 관련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정치는 생물과 같아서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 등으로 인해 민주당 내부 싸움이 벌어지면, 이는 곧 지지율 부진을 겪고 있는 정부와 국민의힘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성철 정치평론가 역시 "이 의원이 당대표로 나오면 좋다는 말이 국민의힘 내 파다하다"면서 "이 의원이 현재 여러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추후 검경 조사 가능성이 크지 않느냐. 정치보복 프레임을 강조하겠지만, 논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 내 분란이 지지율이 처진 정부여당에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현 정부의 모습으로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에서조차 같은 논리가 언급됐다. 당권 경쟁자인 박용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기다리고 있는 당대표를 뽑을 것이냐"며 국민의힘이 이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나땡'(이재명이 나오면 땡큐)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이나땡인지, 아니면 대표가 박용진이면 심장이 쿵한다고 하는 '대박 심쿵'이냐"고 차별점을 제시했다.
이 같은 시선대로라면 이 의원의 당대표 등판은 극심한 진영논리로 치달았던 20대 대선 시즌2가 될 수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지난 대선 때처럼 둘로 쪼개지는 진영논리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민주당 내에서 이 의원만큼 추진력 등을 갖춘 사람이 누가 있느냐. 반면 각종 의혹 등으로 인해 리스크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의원은 높은 가능성과 높은 위험성을 동시에 가진 후보"라고 평가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