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시론)코로나19가 초래한 사회적 손실과 비용
입력 : 2022-07-28 오전 6:00:00
2020년 2월에 시작해 2년 반 가까이 끌어온 코로나19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오미크론으로 약화해 또 다른 독감 바이러스로 전락할 줄 알았는데 전파력이 빠른 BA2, BA5 등의 새로운 변종이 나타나 기승을 떨친다.
 
1일 확진자 수는 6월 말에 3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증가세로 돌아서 7월 말경에는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전 국민 접종 비율이 87%에 이르며 4차 접종이 시작되고 있지만, 코로나 방역에는 무력하기만 하다. 확진자가 30만명 선을 넘어서면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될 것이 우려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사회와 국민에게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유무형의 손실과 피해는 매우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해 영업금지·제한 조치를 당한 소상공인의 경제적 손실이 가장 크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무형적 피해도 못지 않게 크다. 심리·사회적 피해는 표출되지 않고 수치화되지 않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다. 빙산처럼 겉으로 작은 부분만 드러나지만, 아래에 거대한 덩어리가 숨어있다. 
 
사회적 피해는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도 오래 남아 있을 것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경제적 피해는 과거형이지만 사회적 피해는 미래형으로 날로 확대되고 증폭돼 우리 사회 근간을 흔드는 근본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2년에 걸쳐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고 단절시켰다. 생일잔치, 명절 행사, 동창회, 동호회, 동향회, 기념식과 같은 모임은 대폭 축소됐다. 코로나19 덕분에 불필요한 모임이 정리됐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필요한 관계도 단절돼 삭막하고 메마른 세상이 됐다. 친한 친구들도 소원해지고 친인척도 남남이 되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관계에서 힘과 활력을 얻는다. 모임을 갖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해방구 역할을 한다. 그런데 2년 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지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해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요즘 정신과 병원에는 우울증 환자가 넘쳐난다고 한다. 정신과에 가서 치료받는 것이 이제는 이상하지 않다. TV에 나와 정신 상담하는 어느 여성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유명인으로 부상한 것도 이런 사회 병리현상을 반영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국민 정신건강 차원에서 PCR 검사처럼 우울증 테스트를 받는 것을 의무화해야 할지 모른다.   
 
학교에 가서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학업 손실과 정서적 피해는 막대하다. 대부분 대학은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지금까지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5학기째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강의를 수강한다. 2020학번은 학교에 한 번도 오지 않고 3학년이 됐고 내년에는 4학년에 올라간다. 대면 강의는 비대면 수업으로 충당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생활은 대체할 방법이 없다. 
 
대학 시절을 떠올리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수업시간에 배운 것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학교 앞 맥줏집에서 선후배와 인생을 논하고 학우들과 MT를 간 기억이 생생할 거다. 인생의 황금기인 젊은 시절에 대학의 낭만을 즐기지 못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지 못한 채 대학을 졸업하게 될 학생들이 너무 불쌍하다.
 
대학의 정서나 추억을 갖지 못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진로와 취업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세대의 학생들과 비대면으로 상담해 보면 사회와 직장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사실에 놀란다. 예전에는 선배나 동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갖지 못하니 깜깜이로 취업이나 진로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대학생들이 수업만 원격으로 들을 뿐 동급생도 못 만나고 선후배는 누군지도 모른다. 대학이 인터넷 강의 학원처럼 돼 버린 코로나19 세대에게 학연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대학생은 나은 편이다.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중고등 학생들이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지극히 심각한 문제이다. 인격이 형성되는 사춘기에 학교에서 질서와 규칙을 지키는 생활을 익히고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만 배우는 공간이 아니고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연습하는 훈련장이다. 코로나19로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공부만 하면 인격적으로 성숙할 기회를 빼앗기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을 철저히 예방하고 인명을 지키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너무 엄격히 시행할 경우 사회적 손실과 비용이 사회 안정을 저해할 정도로 커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우리보다 의학과 면역이 발달한 선진국이 영업금지·제한을 최소화하며 학교도 정상적으로 운영한 것은 이런 사회적 비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K방역을 비롯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백서로 기록해 남길 필요가 있다. 그래야 또 다른 감염병이 닥칠 때 현명하고 균형있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보라 기자
SNS 계정 : 메일 트윗터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