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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결국 미달난 공모주 '균등' 물량
입력 : 2022-07-29 오전 6:00:00
증권부 우연수 기자
공모주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작년부터 시행된 '공모주 균등배정'에 포퓰리즘 논란이 일고 있다. 개인 소액투자자의 공모주 투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된 제도인데, 증시가 호황이던 개정 당시와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호황일 땐 개인들도 소액 투자로 공모주 투자 과실을 누릴 수 있단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비수기 땐 처치 곤란 실권주를 늘리는 원흉이 되고 있단 지적이다.
 
균등배정 제도는 상장했다 하면 '따상(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까지 기록)'이 보장되던 시절, 공모주 투자의 과실이 소액 개인 투자자들에게까지 돌아가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고안됐다.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공모주 투자 바람이 불었으나, 기존의 '비례 배정' 제도에선 소액 투자자들이 한주조차 배정받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인기 공모주의 경우 1억원 청약에 2주가 배정되기도 했다. 소수 자산가들만 IPO 활성화의 과실을 누린다는 지적에 정부는 대책을 냈다. 바로 개인 대상 공모주 물량의 50% 이상을 의무적으로 균등배정으로 두는 제도다.
 
문제는 청약 참여가 저조할 때다. 코로나19 이후 2년의 증시 호황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진 않듯, IPO 시장에도 사이클이 있다. 증시가 하락장으로 돌아서면 IPO 시장은 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장도 좋지 않은 마당에, 시장 컨센서스가 형성돼있지 않은 신규 상장 종목에 투자하려는 시장 참가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공모가를 밑도는 새내기주들이 속출하면서 개인들의 청약 참여도 저조해졌다.
 
균등배정 방식에서는 청약 참여가 저조할 때 비례배정 방식에서보다 실권주 부담이 커진다. 청약 증거금률은 통상 50%로, 청약 참여가 많을 땐 추가 납입 없이도 증거금만으로 충당이 된다. 하지만 청약 참여가 저조하면 두당 예상보다 많은 물량을 균등 배정받으면서 추가 납입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비례배정에선 돈을 많이 내는 비율대로 차등 지급되기 때문에 증거금률 50%에 따른 추가 납입이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균등 배정에선 최소 증거금만 넣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에 추가 납입 발생이 더 빈번하다. 애초에 업계에서 균등배정이 자원, 즉 공모주의 효율적 배분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 이유다.
 
실제로 최근 일부 상장 주관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추가 납입을 거부하면서 생긴 실권주들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권주가 발생하면 공모주는 주관사가 떠안게 되며, 이를 떠안을 기관을 찾는다 해도 공모주 가치에 대한 시장 신뢰가 하락, 상장 이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갈 수 있다. 주관사와 발행사, 그리고 다른 청약자들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균등배정 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업계에선 '땜질식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동학개미를 위한 정책'이란 명분은 더 강력했다. 공모주 인기가 식은 지금, 제도에 따른 피해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제 와서 또 제도를 고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본시장 제도는 시장의 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안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일단 여론의 화살을 피하겠다는 의도의 땜질식 정책 개발은 더 이상 곤란하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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