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이동통신 번호이동 시장에서 알뜰폰이 나홀로 순증을 지속하고 있다. 상반기 내내 순증을 이어온 데 이어 하반기 시작인 7월에도 5만9589건 순증을 기록했다. 다만 순증규모가 5만건대로 축소된 이후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를 기점으로 알뜰폰 번호이동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은행권과 핀테크 업체를 중심으로 알뜰폰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고, 공격적 마케팅이 예상되면서 이동통신 3사로부터 뺏어오는 번호이동 수치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7월 알뜰폰은 번호이동 시장에서 나홀로 순증을 기록했다. 25개월째 순증을 유지한 것이다. 7월 알뜰폰의 번호이동 순증 규모는 5만9589건이었다. 다만 연간기준으로 보면 지난 3월 번호이동 순증 8만건을 돌파한 것 대비로는 축소됐다. 특히 4월 6만건으로 순증 수치가 줄어든 이후 5월에는 이 수치가 5만건대로 또 한번 앞자리수가 바뀌었는데, 순증 규모를 키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알뜰폰이 이통3사로부터 뺏어오는 번호이동 수치가 감소하면서 순증 규모가 축소된 경향이 크다. 알뜰폰에서 이통3사로 나간 수치는 2만5000건 전후를 유지하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3월 당시 알뜰폰은 10만건 넘게 이통3사로부터 가입자를 뺏어왔지만, 이 수치가 8만건대로 줄어들었다. 이통3사가 프리미엄폰 위주로 공시지원금을 확대하는 등 방어전을 펼쳤고, 상대적으로 알뜰폰업체들은 공격적인 가격 프로모션이나 경품 등을 지양했다. 지난 1월 알뜰폰 시장 모니터링을 위해 이통3사와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참석, 자본력을 앞세운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지양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도 일부 반영된 결과다. 이러한 영향으로 7월에도 알뜰폰 순증 규모는 6만건을 밑돌았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장에서 직원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8월부터는 상반기 초반과 같이 알뜰폰 번호이동 시장이 활발해질 여지가 크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은행권과 토스를 중심으로 한 핀테크 업체들이 알뜰폰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이용자 선택권이 넓어지고 있고, 알뜰폰 수요도 커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까닭이다. 국민은행 리브엠은 지난달 25일부터
KT(030200)망으로도 서비스를 판매 중이며, 3분기내로
SK텔레콤(017670)과 협상을 마무리해 망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토스도 머천드코리아 지분을 인수해 9월 알뜰폰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 토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월 2만원에 데이터 5GB를 사용하는 요금제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바 있다. 당시 데이터를 다 사용해도 5Mbps 속도로 계속 사용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통사들은 대개 1Mbps로 제한을 두고 있으며, 리브엠도 3Mbps 속도로 제한하고 있다. 3Mpbs는 고화질(HD)급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속도다. 확정된 요금제는 아니지만, 후발주자로서 공격적인 요금정책을 펼칠 것이란 게 예상되는 대목이다.
하반기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도 중요 변수다. SK텔레콤은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로서 2011년부터 정부와 망 사용에 대한 대가를 협상해왔다. 정부는 디지털 보편권 등을 이유로 도매대가를 인하해야 한다는 기조다. 앞서 지난 4월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고물가 시대 알뜰폰 도매대가 추가 인하를 고려하고 있는 발언도 나왔다. 도매대가가 낮아지면 알뜰폰 사업자들의 원가 부담이 줄어들어 다양한 혜택을 갖춘 요금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리브엠이 출시되면서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정책을 진행해 가입자를 늘려갔는데, 토스도 상징적 측면에서 비슷한 요금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도 프로모션을 늘리고, 도매대가도 지속적으로 인하된다면 탄력적 요금정책이 활발해져 알뜰폰 시장이 크게 움질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