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대검찰청이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대체집행을 확대하기로 했다. 벌금을 내기 어려운 빈곤·취약계층 피고인이 노역장 유치 대신 사회봉사로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이 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김선화 대검 공판송무부 부장은 2일 브리핑을 열고 “‘수감생활 대신 땀 흘리기’라는 모토로 벌금미납자 노역장 유치 대신 사회봉사 대체집행 확대를 일선 검찰청에 시행토록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대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며 500만원 이하 벌금형 미납 건수가 △2019년 약 13만8000건에서 △2020년 약 14만2000건 △지난해 약 19만9000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벌금을 내지 못한 노역장 유치 집행자 중 5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대부분(93%)을 차지했다. 1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받아 노역장에 유치된 자는 전체의 60%에 달했다.
김 부장은 “무자력 등으로 벌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빈곤·취약계층의 경우 노역장 유치 시 가족관계·생계활동이 단절되고, 교정시설 수용으로 인한 낙인효과와 범죄학습의 부작용도 있을 뿐 아니라, 기초수급권 지정이 취소돼 경제적 기반이 박탈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벌금 미납자의 노역장 유치로 교정시설 인력·시설·예산이 투입되며 교정시설 과밀화가 초래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벌금 미납자 사회봉사 허가 통계. 제공=대검찰청
이에 대검은 사회봉사 신청요건 중 ‘경제적 능력’ 판단기준을 대폭 완화해 소득수준 기준을 중위소득 대비 50% 이하에서 70% 이하로 넓혀 사회봉사 대체 신청을 허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가령 4인 가구의 경우 월 소득 256만540원 이하에서 358만4756원 이하로 확대했다.
김 부장은 “500만원 이하 벌금미납자의 경우 검사의 청구에 따른 법원의 허가로 벌금형을 사회봉사로 대체 집행이 가능하다”면서 “2020년 사회봉사 신청 가능 벌금액을 300만원 이하에서 500만원 이하로 완화했을 때 전년도 대비 사회봉사 허가 건수가 약 25%(7364건 → 9203건) 증가한 점을 고려할 때 중위소득 기준 완화 시 대체집행 사례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벌금 미납자가 △농·어촌지원(모내기, 대게잡이 그물 손질) △소외계층지원(독거노인 목욕봉사) △긴급재난복구지원(제설작업) △지역사회지원(벽화그리기) △주거환경개선지원(다문화가정 도배)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봉사 유형을 선택하도록 ‘맞춤형 사회봉사 대체집행’을 확대할 방침이다.
사회봉사 신청자의 생업, 학업, 질병 등을 고려해 개시시기를 조정할 수 있고, 이미 벌금 일부를 납부한 미납자, 벌금 분납·납부연기 대상자도 남은 금액에 대한 사회봉사 신청이 가능하다.
이 밖에 대검은 벌금 분납이나 납부연기도 활성화할 예정이다. 수배된 벌금미납자가 검거된 경우 노역장 유치집행 전 담당자가 미납 사유, 건강상태, 벌금 납부의사 등을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유치대상자에 대한 사전면담을 진행한다. 벌금 미납자의 노역 수형능력을 검토해 분납·납부연기의 필요성을 실질적으로 판단함으로써 노역장 유치집행을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다.
검사는 500만원 이하 벌금 미납자의 신체·정신적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노역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직권으로 분납·납부연기를 허가할 수 있다.
김선화 공판송무부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 기자실에서 빈곤·취약계층 벌금미납자 형 집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