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차려진 행정안전부 경찰국을 찾아 근무자들을 격려한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경찰 전반을 지휘·감독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이 2일 공식 출범했다. 경찰의 집단반발 속에 정부가 입법예고 기간을 대폭 단축시키는 등 속도전에 나선 결과다. 그럼에도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절차적 정당성 부재 등이 계속해서 지적되면서 순항에는 어려움이 뒤따를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은 경찰국 신설을 “정부의 경찰 장악”으로 보고, 다음주부터 구체적인 액션으로 맞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2일 행안부에 따르면 경찰국은 전날 경찰국 과장급 이하 직원까지 인사를 완료, 이날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경찰국은 총괄지원과, 인사지원과, 자치경찰지원과 등 3개과 16명으로 구성됐다. 경찰국은 형식상 차관 아래 설치됐지만 사실상 이상민 장관 직속으로 운영된다. 초대 경찰국장에는 비경찰대 출신의 김순호 경찰청 안보수사국장(치안감)이 임명됐다. 이 장관은 경찰의 집단반발을 "쿠데타"로 규정, 배후에 경찰대 출신이 있다며 강한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인사 요직을 독점하는 소수의 경찰대 출신과 다수의 비경찰대 출신 편가르기로도 해석됐다.
경찰에 대한 견제 및 통제 명분과 달리 속도전에서 비롯된 졸속 신설 비판은 여전했다. 정부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커진 경찰의 권한을 조율하겠다며 경찰국을 속전속결로 출범시켰다. 이상민 장관은 취임 직후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겠다며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꾸렸고, 한 달여 만에 경찰국 신설을 골자로 한 권고안이 발표됐다. 행안부가 이를 즉각 수용하면서 반발은 확산됐다. 류삼영 총경은 지난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하며 경찰국 신설을 반대했고, 이는 대기발령의 인사조치로 이어졌다. 회의 참석자들에게도 감찰 명령이 떨어졌다. 정부는 이와 함께 추가적인 집단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을 40일에서 4일로 단축하는 무리수를 두며 속도전으로 밀어붙였다.
절차적 정당성도 논란이 됐다. 경찰국 신설을 권고한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가 한 달여간 회의를 하면서 공식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이다.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라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어긴 것은 위법 사항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민주당은 총력 저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경찰청은 지난 1991년 경찰법이 새로 제정돼 내무부(현 행안부)에서 경찰청으로 독립·분리됐다. 하지만 이번 경찰국 신설로 행안부로부터 독립됐던 경찰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에 의한 통제를 받게 되면서 정치적 중립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민주당은 이를 독재정권의 악몽을 되풀이되는 행위라고 규정,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다음주 중으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마련해 맞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경찰국 문제에 대해서 이 장관에게 경고했지만 요지부동”이라며 “다음주부터 행안위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행안위를 중심으로 대응 방침을 세운 데에는 류 총경의 출석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던 류 총경은 오는 8일 예정된 유희근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 나오지 않는 대신 16일에 열리는 행안위 업무보고에 출석할 예정이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윤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과정을 통해 경찰국 신설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행안위 업무보고와 결산 심사 등의 과정에서 시행령이 상위법을 위반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밖에도 민주당은 권한쟁의 청구와 함께 인사제청권을 배제하는 법률 개정안 등에 대한 검토에도 착수했다. 민주당은 전날 경찰장악 대책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위한 법률 검토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임호선 의원은 회의에서 “다른 외청과 마찬가지로 장관의 인사제청권을 배제하고 경찰청장에게 제청권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경찰공무원법을 개정하겠다”며 “행안부 장관을 거치는 대신 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과 국무총리를 거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와 해임건의안 등도 테이블 위에 올리고 검토한다. 다만 아직은 경고 차원이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뉴스토마토>에 “현재 법적 대응을 중심으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며 “장관 탄핵, 해임건의안의 경우 다음주 내에 곧바로 한다기 보다는, 모든 것을 열어놓고 단계적으로 어떻게 조치를 취할지 플랜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29일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발표한 정기 여론조사(지난 26~27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47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9.4%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29.9%,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10.8%였다. 또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절반 넘는 56.9%가 '정당한 대응'이라고 평가하며 경찰에 힘을 실었다. 34.6%는 '잘못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8.5%였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