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사업장 폐업으로 근로 계약관계가 끝나 근로자 지위가 사라진 이상, 근로자는 사업장을 상대로 부당해고를 다툴 수 없다는 대법원 첫판결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군부대 이발사였던 A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폐업 시기가 A씨의 구제 신청일 전인지를 심리해 소송의 이익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에 따르면, 2014년 육군 한 부대에 있는 간부이발소에서 미용업무를 위해 채용된 A씨는 사단장과 1년 기간의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매년 계약을 갱신한 A씨는 2016년 8월 이후 무기한 근로계약직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2018년 4월 군 측은 수익성 악화로 간부이발소를 폐쇄한다며 A씨에게 해고 통보를 하고, 그해 5월 말 이발소 문을 닫았다.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모두 각하, 기각됐다. 이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도 A씨가 소송을 통해 얻을 이익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구제의 이익이 존재한다며 1심 판단을 뒤집고 A씨 측 손을 들어줬다. 해고가 무효인 경우 A씨가 일을 하지 못한 기간의 미지급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부당해고 구제신청 이후 구제신청 사건 진행 중 정년도래, 폐업 등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구체 신청의 이익이 유지된다”면서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기 이전에 이미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 만료, 폐업 등의 사유로 해고의 부당성 여부와 상관없이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해 근로자의 지위가 소멸한 경우에는 근로자 지위의 소멸로 인해 부당해고에 관한 노동위 구제 명령을 받을 이익도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노동자가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해 사건이 진행 중인 상황에 정년을 맞거나 사업장이 사라져 근로관계를 회복시킬 수 없더라도 구제 신청 자체는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