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여야가 8일 예정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경찰국 신설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은 경찰국 신설을 사실상 수용한 윤 후보자를 상대로 총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쟁점 3가지를 미리 정리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나서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있다. (사진=뉴시스)
1. 경찰국 신설, 경찰 장악인가 통제인가
민주당은 청문회에서 경찰국 신설과 관련된 경찰의 독립·중립성 훼손 문제를 집중 부각할 방침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5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경찰국 신설에 대한 윤 후보자의 입장을 분명히 하라는 것과 경찰국이 신설되면 독립성과 공정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지 따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국은 지난 2일 과장급 이하 직원들까지 인사를 모두 완료하면서 출범했다. 정부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커진 경찰의 권한을 조율하겠다며 경찰국을 출범시켰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취임 직후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겠다며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꾸렸고, 한 달여 만에 경찰국 신설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경찰 반발은 거셌다. 류삼영 총경은 지난달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하며 경찰국 신설에 반대했고, 이는 정부의 대기발령 인사조치로 이어졌다. 회의 참석자들에게도 감찰 명령이 떨어졌다. 정부는 경찰의 추가적인 집단행동을 막기 위해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을 40일에서 4일로 단축하는 안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 행안위 내 경찰국을 신설하는 문제는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야 하지만, 대통령령(시행령)으로 국무회의를 통과시켰다. 이에 정부의 조직개편 사항의 경우 시행령이 아닌 상위법인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며 대통령령 통과 관련해 위헌 논란이 불거졌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해 대기발령이 난 류삼영 총경이 지난달 26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위한 대통령령의 국무회의 통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후보자는 천준호 민주당 의원의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질의서를 통해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행안부는 법령상 명시된 장관의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하부조직은 별도의 법률개정 없이도 설치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상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 없다는 행안부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경찰국 신설은 정부의 중대한 조직개편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상민 장관이 비공개 자문회의 4차례, 단 4일 간의 입법 예고, 윤 후보자 간담회 등을 거치며 속도전으로 일관한 것을 비판했다. 행안위 소속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이렇게 급박하게 경찰국 신설을 강행한 것은 경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역사로 회귀하려는 게 아니냐”며 “경찰 장악의 신호탄”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1991년 경찰법이 새로 제정돼 내부무(현 행안부)에서 경찰청으로 독립분리됐다. 하지만 이번 경찰국 신설로 행안부로부터 독립됐던 경찰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에 의한 통제를 받게 되면서 정치적 중립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민주당은 이를 ‘독재정권의 악몽을 되풀이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반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대국민 선동정치’라고 반박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정권이 공안통치를 하려면 민정수석실이나 치안비서관을 통해 은밀히 하는 것과 투명하게 법에 의거한 조직을 만들어 국회의 감시를 받으면서 하는 것 중 어느 편이 더 쉽겠냐”고 반문했다.
경찰국 신설에 대한 여론은 정부·여당에 부정적이다. 최근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의 여론조사(지난달 26~27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 1047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9.4%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반면 찬성한다는 의견은 29.9%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10.8%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17년만에 새롭게 바뀌는 민방위복 샘플을 입은 이상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 경찰 집단 반발 배후에 경찰대?…윤희근 입장은
경찰대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치안감 승진 이후 7개월 만에 경찰청장에 내정되는 등 ‘초고속 승진’을 한 윤 후보자가 ‘경찰대 개혁’이라는 정부·여당의 기조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 것인지도 관심사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달 25일 “이번 경찰서장 모임을 주도하거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경감 이하 직급에 대한 모임을 주도하는 특정 그룹이 있다”며 ‘배후세력설’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하나회가 12·12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바로 이러한 시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이 장관이 경찰대 출신 인사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전국 경찰서장회의와 경찰 팀장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한 인사들이 경찰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제안했다가 대기발령 조치된 류 총경은 경찰대 4기로, 윤 후보자보다 3기수 선배다.
실제 신설된 경찰국 내 경찰대 출신이 1명 밖에 되지 않은 점도 경찰대 배제 논란에 불을 지폈다. 현재 경찰국은 3과 16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에서 경찰대 출신은 우지완 자치경찰지원과장이 유일하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고, 윤 후보자의 의견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질의답변서에서 “그간 경찰대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제기됐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심도 있는 논의 등을 거쳐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왔다”며 “앞으로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 출범하면 보다 폭 넓게 여론을 수렴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경찰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나서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있다. (사진=뉴시스)
3. 8번의 교통 과태료 부과…자질 논란
윤 후보자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8차례에 걸쳐 교통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실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30일 천준호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교통범칙금 및 각종 과태료 납부 및 연체 현황’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주정차 위반과 속도위반(시속 20㎞ 이하)으로 8차례 과태료를 납부했다.
이중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벌어진 주정차·속도위반 사례가 2019년 1월, 지난해 6월, 지난해 10월 등 총 3번 있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