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마약과의 전쟁②)SNS서 ‘좌표’ 찍고 거래…ADHD 치료제로도 오남용
일상에 파고든 마약…"한번 접하면 평생 못 빠져나와"
입력 : 2022-08-1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마약거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마약사범의 평균연령대가 급속도로 연소화하며 거래 방식도 변화했다.
 
판매자와 구매자는 서로 대면하지 않고 텔레그램,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접선한 뒤 판매자가 전달한 장소(좌표)에 마약을 두면 구매자가 이를 추후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른바 ‘던지기 수법’이다. 대금은 가상화폐로 지급한다.
 
실제 구글에서 마약을 지칭하는 은어들을 검색해보니, 판매자의 텔레그램 아이디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구글에서 마약을 지칭하는 은어들을 검색하자 마약(추정) 판매자의 텔레그램 아이디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구글)
 
또한 코로나19 장기화 속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한 ‘비대면 소량 마약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SNS나 다크웹 등을 통해 해외에서 마약류를 ‘직구’(직접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수사기관이 일명 ‘통제배달’이라는 특수수사기법을 적극 활용해 마약 공급망 등을 추적하고 있지만 갈수록 마약사범 검거가 어려워지는 이유다. 통제배달은 통관 과정에서 적발된 마약의 배송과정을 수사기관이 감시하며 마약 밀수범을 검거하는 기법이다.
 
일명 ‘물뽕’이라 불리는 ‘GHB’(감마하이드록시낙산) 등 변종 마약류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며 클럽 등에서 은밀하게 번지고 있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10월 말까지 강남권 일대 클럽 마약류 집중단속에 들어간다. 윤희근 신임 경찰청장 취임 후 첫 지시 사항이다.

클럽 버닝썬에서 성범죄에 악용된 것으로 알려진 GHB는 음료에 타도 맛을 느낄 수 없어 이를 마신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새 정신을 잃게 된다. 복용 후 반나절 만에 체내에서 분해되고 소변으로 배출돼 피해 입증도 어렵다.

이 같은 ‘물뽕’ 최초 적발 마약전문 검사 출신 김희준 변호사(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는 “하루가 지나면 (GHB) 검출이 어렵다 보니 (GHB) 투약사범을 검거한 사례도 거의 없다”며 GHB 등 변종 마약류를 검출해낼 수 있는 감정 기법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약사건은 투약사범부터 시작해 공급책, 밀수책, 제조책까지 올라가는 구조로 수사가 이뤄지는데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 수사가) 막혔다”며 “검찰에는 입사할 때부터 마약 수사만 전문적으로 해온 사람들(검사, 수사관 등)이 많다. 그런데 수사권 조정으로 그간 쌓아온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약을 접하는 10대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심각한 위험 징후다. 젊은 나이에 한 번 마약에 손대면 평생 빠져나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마약사범 재범률이 40%에 달하는 이유다.
 
마약수사 경험이 많은 한 부장검사는 “ADHD(과잉행동 집중력 결핍) 치료제로 오남용하거나, 공부를 잘하는 청소년이 (마약류를) 공부할 때 집중시켜주는 약으로 복용해 실제로 성적이 오르면 이를 커피 마시듯 복용하는 사례도 있다”며 “그런데 이런 친구들(학업성적 상위권 청소년)이 나중에 전문직에 종사하게 되더라도 (마약류 복용으로 인해) 성인 ADHD 환자가 될 확률이 높고 이 경우 (약을) 복용 안 하면 사회생활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각 기관마다) 교육 정책에 관한 생각이 다르다보니, (마약 관련) 각 사안이 들쑥날쑥하게 진행돼 이로 인한 실질적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미국 등 외국에선 약물의 오남용 위험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약물) 인허가부터 치료까지 관리하는 하나의 컨트롤타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도 “청소년 마약사범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이대로 방치하면 얼마 되지 않아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족을 위해 제자와 마약 제조에 나선 한 화학 교사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박효선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