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시민사회단체가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반지하 주택 퇴출 대책이 근본적인 주거취약계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간의 비주거용 용도전환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지급 방안은 결국 취약계층을 반지하에서 또 다른 열악한 주거로 내몰 것이란 주장이다.
폭우참사로 희생된 주거취약계층 발달장애인 빈곤층 노동자 추모공동행동(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폭우참사 희생자 추모·기후재난 근본대응과 불평등사회 대전환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일과 9일 기록적인 폭우로 심각한 재난피해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여당, 오세훈 서울시장의 제대로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지난 10일 서울시는 기존 주거용 지하·반지하에 대해 인센티브를 통해 용도변경을 유도하겠다고만 해 실효성이 없다"며 "리모델링·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줘 비주거용 용도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는 대책과 모아주택·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건 지하주택의 수를 줄이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거주 피해 희생자처럼 지하와 반지하에 사는 가구 수는 약 33만 가구이며 이 중 수도권에 약 31만3000가구가 몰려있다"며 "이들의 주거형태가 지속되는 것은 도시의 기존 생활권에 머물기 위한 적정하고 저렴한 다른 주택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가 지난 2020년부터 지하·반지하 거주가구를 포함해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격을 확대했지만 정작 물량은 턱없이 부족해 신청만 할 수 있을 뿐 들어가지는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이강훈 주거권네트워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은 "정부는 지하 거주자 및 주택 아닌 곳에서 거주하는 분들에 대한 종합적 대책 수립해야 한다"며 "미봉책말고 정부와 지자체가 합심해 토론하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정부와 서울시의 도시정책이 이번 집중호우와 같은 기후재난 위험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시 개발사업 계획만 있을뿐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방안이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서울은 기후재난에 취약한 반생태적 도시가 돼가고 있는데 이는 급격하고 광범위한 도시화로 대지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여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불투수면적률이 높고 녹지가 적은 데다, 곳곳의 하천들을 복개하는 등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결과"라며 "올해 서울시의 수해방지와 치수 예산은 4202억원으로 전년도 보다 896억원이나 대폭 삭감했고 폭우참사 직후 서울시가 발표한 대책에도 기후재난 위험에 대한 심각한 상황인식이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와 서울시에 △공공임대주택 확충 △기후위기 근본 대책마련 △기후재난참사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이날 재해취약주택 해소를 위한 ‘서울시-국토부 간 협력 계획’을 내고 "반지하 등이 주거취약계층의 도심 내 주요 거주수단으로 쓰이는 상황을 감안해 향후 서울시와 국토부 등이 공동으로 재해취약주택 실태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공공·민간임대 확대·재해취약주택 해소를 위한 정비사업·주거상향 이동 지원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재난불평등추모행동 회원들이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불평등이 재난이다' 폭우참사 희생 취약계층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