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인재를 육성하겠다며 윤석열 정부가 연일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반도체 인재를 키우기 위해 대학의 관련 학과 정원 규제를 풀기로 한 데 이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선 코딩(프로그래밍) 교육을 필수화하기로 했다.
코딩 교육 강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 인터뷰에서 "입시와 연계해서는 안 되겠지만, 학생들의 코딩 교육에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배정하고 (그것으로) 입시를 본다면 '국·영·수' 이상의 배점을 둬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래야 디지털 인재를 기업과 시장에 많이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시대가 급격하게 변하고 과학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만큼 물론 학교도 바뀌어야 할 필요는 있다. 과거의 과목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미래에 필요로 하는 지식을 학교에서도 가르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다만 관련 교원 확보나 사교육 조장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어 충분한 고민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무엇보다 당장 관련 과목을 가르칠 교원이 충분하냐는 우려부터 나온다. 코딩 교육이 필수가 되면 관련 수업 시수는 초등학교는 현행 17시간에서 34시간으로, 중학교는 34시간에서 68시간 이상으로 2배가 늘어난다. 즉 지금보다 적어도 2배 많은 정보교과 교사가 필요해진다는 말이다.
현재 전국 3100여개 중학교 가운데 정보교과 교사가 배치된 곳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수업시수가 늘어나는 만큼 그에 비례해 교원을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있다. 과연 그럴까.
당장, 전문적인 분야인 코딩 수업의 질을 고려한다면 교육부의 말처럼 학령인구 감소를 핑계로 손 놓고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니다. 교원이 부족해 코딩 교육이 부실 교육으로 전락한다면 '코포자(코딩을 포기한 사람)'만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대로 교원을 확보하지 않은 채 코딩 교육을 필수화하면 관련 사교육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학교 선생님은 부족한데 성적은 잘 받아야 하니 학부모들도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몰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돈이 많을수록, 교육 인프라가 풍부한 수도권에 살수록 코딩을 잘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 교육 양극화만 키운 꼴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앞서 정부는 '만 5세 입학' 정책을 돌연 발표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사회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은 채 불쑥 튀어나온 이 정책의 운명은 실로 참담했다. 결국 이 정책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취임 한 달여 만에 사퇴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코딩 교육 필수화 정책이 비슷한 수순을 밟지 않으려면 여러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고민이 우선 필요하다. 경주마처럼 첨단산업 인재를 키우겠다며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는 현장의 앞, 뒤, 옆을 골고루 보는 정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김지영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