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법원, '정당 대의제 일탈' 제동…"사법심사 대상"
정계·법조계 '사법부 자제' 전망 빗나가
입력 : 2022-08-26 오후 3:57:02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법원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과 당대표 지위라는 권리관계를 사이에 둔 법정다툼에서 사실상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재판장 황정수 수석부장)는 25일 권리관계를 다투는 대상은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점에서, 국민의힘을 상대로 한 당헌 개정과 비대위원장 임명에 대한 효력정지 신청은 각하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핵심인 전국위원회 의결의 적법성과 관련해서는 헌법과 법이 인정한 정당활동의 자율성을 벗어났다면서 효력을 부정했다. 정당활동도 사법부 판단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앞서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결론을 두고 '비대위 전환과 비대위원장 선출은 정치적 영역으로 봐야하는 만큼 사법부가 판단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 전 대표가 패소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가처분신청 채무자인 국민의힘 측 전망도 같았다. 
 
법원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제기한 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해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로 한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뉴시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 결정에서 "정당의 대의기관 권한 행사가 한계를 일탈했는지 여부는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선언했다. 
 
첫번째 근거는 헌법이었다. 재판부는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는 헌법 8조2항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또 "정당법 29조는 정당이 민주적인 내부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당원의 총의를 반영할 수 있는 대의기관 및 집행기관을 가져야 하고 기관의 조직·권한 그밖의 사항에 관하여는 당헌으로 이를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당의 대의기관이 당헌에 따라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민주적이어야 하고, 민주적 내부질서 유지와 당원의 총의를 반영해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정당의 자유는 민주정치의 전제인 자유롭고 공개적인 정치적 의사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도 "정당의 활동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와 함께 "정당은 정치적 조직체인 탓에 내부조직에서 형성되는 과두적(적은 수의 우두머리가 지배하는), 권위주의적 지배경영을 배제해 민주적 내부질서를 확보하기 위한 법적규제가 불가피하게 요구된다"면서 "따라서 정당 대의기관의 권한행사가 이 내재적 한계를 일탈했는지 여부는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같은 맥락에서, 사실상 국민의힘의 비대위 설치는 정당민주주의 원칙과 민주적 내부질서를 해하는 경우라고 봤다. 
 
통상 비대위 설치는 당대표와 최고위원들 사이의 합의에 의해 이뤄져 왔고, 이 경우는 당원의 총의를 추정할 수 있어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없지만 당 대표와 최고위 사이 또는 최고위 사이 의견이 다른 경우에는 비대위 설치가 당원의 총의를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뿐만 아니라 민주적 정당성의 크기에 비례해 구성된 당기구 사이의 민주적 내부질서를 해할 수 있기 때문에 허용될 수 없다고까지했다. 
 
재판부는 국민의힘 측이 주장하는 '비상상황'은 없었다고 선언하면서 일부 최고위원들을 포함한 당 지도부가 비대위 설치 과정에서 대의기관으로서의 권한을 어떻게 남용했는지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당원 중 1000명 이내의 전국위원회와 50인 이내의 상임전국위원회가 의결로써 당대표와 최고위원의 지휘·권한을 상실시키는 것은 정당의 민주적 내부질서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또 "당헌 유권해석 권한만을 가진 상임전국위가 그 의결로 최고위 기능상실이나 비상상황의 의무에 대한 정의나 설명 없이 당 대표 사고와 최고위원 사퇴가 비상상황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했다"면서 "이는 당권 해석이 아닌 적용에 관한 의견에 불과해 효력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고위 의결부터 전국위 의결까지 진행된 경위를 살펴보면 당기구의 기능 상실을 가져올 만한 외부적 상황이 발생했다기 보다는 일부최고위원들이 당 대표와 최고위 등 국민의힘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는 지도체제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써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