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을 위한 통합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법무부를 비롯해 외교부·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국무조정실 등 각 부처에서 이민 관련 정책을 따로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부처별로 살펴보면 우선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국내 출입국 심사부터 △외국인 비자관리 △영주권 및 귀화 업무 △불법체류자 △밀입국자 등 출입국사범 단속 △난민 업무 △다문화 관련 업무 등 출입국 관리를 총괄한다.
출입국관리 업무는 1961년 외교부에서 법무부로 이관돼 법무부 검찰국 소속 출입국관리과에서 운영했다. 이후 2007년 5월 10일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이 개정되며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로 승격해 2018년 5월 10일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명칭이 출입국·외국인청, 출입국·외국인사무소로 변경됐다.
현재 전국에 6개 출입국·외국인청, 13개 출입국·외국인사무소, 24개 출장소, 2개 외국의 보호소, 1개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가 있다. 전 세계 주요국가 17개 재외공관에는 사증발급을 위한 주재관을 파견한다.
외교부는 대한민국 국민의 해외여행을 비롯해 해외 체류 중인 재외국민 보호, 외교와 국제 간 조약(통상업무 제외)을 담당한다. 외교부가 해외 체류 중인 한국인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한편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국내 체류 외국인, 영주권자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것이다.
기재부는 우수 외국인 인력 유치를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춘다. 고용노동부는 법무부와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을 관리하고, 기재부와 구인난이 극심한 곳에 국내 체류 외국인 인력을 수급한다.
이밖에 행정안전부는 이민자 정착 지원을, 교육부는 이민자 교육 지원, 국방부는 외국인 병역 이행 문제, 경찰청은 외국인 범죄 방지, 여성가족부는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여성 중심 다문화가정 정책에 중점을 둔다.
국무조정실 산하에는 외국인정책 관련 사항을 심의·조정하기 위한 외국인정책위원회를 두고 있다. 외국인정책위원회는 5년 단위로 외국인정책에 관한 국가계획을 수립하며 국무총리가 위원장,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간사를 맡는다.
외국인정책 기본계획 추진 구조. 출처=법무부
이처럼 각 부처별로 이민 관련 정책을 제각각 마련하고 추진하다 보니, 중복되거나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일이 많다. 각 부처마다 운영 중인 외국인정책 관련 위원회들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게다가 외교부는 외교부 소속 외청 ‘재외동포청’ 설치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 등 관련법을 마련하고, 재외동포재단 업무를 흡수해 3∼4국·150∼200명 규모 조직을 구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외교부 ‘재외동포청’ 설립 시 법무부의 ‘이민청’ 설립 계획이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외교부가 추진하는 재외동포청의 업무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민청과 재외동포청 병존이 가능하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난민 전문 이일 변호사는 “유학생 또는 사실상 고위급 자제 등을 챙기기 위한 재외동포청 설립은 한국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미래지향적 이민정책 모멘텀에 반하는 정책”이라며 “기본적으로 이민정책은 외국인으로부터 한국을 지킨다는 시각이 아닌,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여 이민자를 환영하는 정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윤철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민청 관할 범위에 재외동포까지 포함할 필요가 있다”며 “‘이민동포청’ 또는 ‘동포이민청’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외국인과 재외동포를 따로 관리 운영하는 것 보다는 종합해서 컨트롤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국가자원이나 조직운영에 있어 효율적”이라고 제언했다.
이민자와 재외동포 관련 업무를 따로 운영하는 게 아닌 통합·관리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또 다시 정부부처 간 엇박자 행보로 계획에 혼선이 빚어질 조짐이다. 결국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민청 설립을 추진하는데 있어 외교부 등과의 의견 조율을 통해 부처 간 합의를 도출해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박진 외교부 장관(중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지난 6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