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새출발기금에 대한 세부 운영방안이 나오면서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시작도 전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손실보전금을 부지급받은 이들의 대다수가 새출발기금 대상에도 누락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원 사각지대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로 힘든 우리 동네 상인을 위한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지난 28일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새출발기금)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대상은 90일 이상 장기연체자인 '부실차주'와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이용하는 '부실우려차주'다. 부실차주에게만 60~80% 원금감면이 이뤄진다. 원금 연체 등 부실 우려 없이 성실하게 상환한 이들은 새출발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신용도에 지장이 가지 않기 위해서 지인에게 돈을 빌리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해서 빚을 갚은 이들의 경우 새출발기금 대상 기준에 대해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극도로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연체 기록이 없어 원금 탕감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지금부터라도 연체를 시작하겠다고 하지만 금융위가 고의적인 연체의 경우 적발해서 대상에서 제외시키기로 했기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자영업자들은 성실 상환자에 한해서도 원금, 이자율 감면은 아니더라도 장기분할은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업을 하면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숨통을 틔여 달라는 요구다.
개인당 600만원 이상 지급된 손실보전금에서 부지급된 이들의 경우 불만이 더욱 커졌다. 매출 등의 이유로 손실보전금을 받지 못한 이들은 새출발기금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백진아 손실보전금사각지대소상공인연합 대표는 "규정자체가 엄청 까다로워서 해당되지 않는 이들이 많은 데다 이미 연체가 지속돼 개인파산, 신용회복 등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들은 지원을 받을 수조차 없다"며 "밥은 굶더라도 성실하게 하루 벌어서 하루 갚으며 연체를 막아왔던 이들은 스스로를 '바보'라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백 대표는 정부의 자영업자 관련 지원 방식에 대해 꼬집었다. 그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지원일 텐데 코로나19 지원금도 제대로 못 받고 대출 지원까지 못 받는 이들이 수두룩해 예산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정부는 금융지원을 통해 보상의 부족분을 채우고 있는 건데 빚을 빚으로 남기는 정책이 과연 합당한 코로나19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강제 방역조치 등으로 영업에 지장을 받았던 코로나19 피해를 개인의 부채로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새출발기금이 당초 논의 때보다 보완이 돼 세부방안이 정해진 것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면서도 "성실하게 납부한 채무자가 사각지대에 놓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서는 금융지원보다는 손실보상 소급적용이 먼저라고 소공연은 주장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손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게 기본적인 피해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소공연은 정부가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하지 않고 새출발기금 등 다른 방법으로 보충하는 정책은 아쉬움일 깔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새출발기금은 필요하지만 소상공인 회생 대책도 병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소상공인의 경우 폐업 후 재취업 문제, 구조적인 문제 등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며 "원금을 탕감받는 부실차주의 경우 취업교육을 의무적으로 듣고 생계비도 지원해주는 등 소상공인의 생계난과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연결시키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