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자동차 업계에서 '키리스(keyless)'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키를 꽂아 차 문을 여는 시대에서 무선 스마트키를 거쳐 스마트폰으로 작동하는 디지털 키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그룹은 디지털 키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디지털 키2'를 선보이며 커넥티드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스마트폰 소지만으로도 차문 여는 디지털 키 2 서비스를 시작했다.(사진=현대차그룹)
디지털 키2는 스마트폰을 도어 핸들에 접촉해야 열렸던 기존 방식과 달리 초광대역무선통신(UWB)이 탑재돼 스마트폰 소지만으로도 차문을 열 수 있다. 블루투스나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술만 적용했던 기존 디지털 키보다 인식 정확도가 높다. 아이폰 이용자도 이용 가능하다.
삼성전자(005930)와 애플 스마트폰이 동시에 호환되는 디지털 키 기술을 확보한 것은 완성차 업체 중 현대차그룹이 최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분기 제네시스 GV60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디지털 키 2를 배포하기 시작했다. 신형 G90에는 기본 적용됐다. 현대차그룹은 디지털 키2를 신형 팰리세이드, 니로를 비롯해 현대차·기아 차량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5월 스마트폰을 이용한 비대면 카라이프 플랫폼 '브링앤티(bring&T)' 앱을 출시했다. 기존 스마트키를 디지털 키로 간단히 전환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문을 여닫고 다른 사람들과 키를 공유할 수 있다. 일부 신형 차량에만 제공됐던 디지털 키 기능의 이용 폭을 넓힌 것이다.
BMW는 올 초부터 삼성전자 전용 보안 앱인 삼성패스에 디지털 키를 저장해 앱을 실행하면 차 문을 여닫고 시동을 켤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0년 애플과 협력해 아이폰 운영체제(iOS) 전용 디지털 키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확대했다. 아우디와 포드도 삼성전자의 디지털 카 키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BMW는 애플의 디지털 키 플러스를 순수 전기차 iX에 적용했다. 디지털 키 플러스는 차량 근처에 가는 것만으로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다. 기존 디지털 키는 아이폰을 차량 도어 핸들에 접촉시켜야 되는 구조였다.
디지털 키에서 나아가 제네시스는 GV60에 운전자의 얼굴을 인식해 차량의 도어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GV60의 안면인식 기능은 1열과 2열 사이 B필러에 위치한 카메라(페이스 커넥트)가 운전자의 얼굴을 인식해 차량의 잠금을 해제하는 방식이다.
완성차 업계는 반도체 부족으로 스마트키를 대당 1개씩 지급하거나 이에 따른 출고 지연도 발생하면서 대안으로 디지털 키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OTA를 통해 원격으로 기능을 개선하기 때문에 반도체 이슈는 물론 앞으로 커넥티드카 시대에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키를 활용한 방문세차, 픽업충전 등 확장형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며 "IT와 자동차 기술의 접촉점이 늘어나면서 스마트키에서 디지털 키로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리서치 기업인 테크나비오는 세계 자동차 디지털 키 시장이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