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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검사출신 대통령-원내대표라서 이러는가?
입력 : 2022-09-01 오전 6:00:00
정부와 여당의 행태가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이준석 대표를 둘러싸고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총질’ 메시지 이후에, 인위적으로 ‘비상상황’을 만들어서 비대위를 출범시켰다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지난 8월26일 서울남부지법이 이준석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이다. 
 
이로써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이 정지되었다. 정치를 하는 정당이라면, 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여서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상식이다. 정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문제를 일으키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국민의 힘은 법원결정에 반발하고, ‘비상상황’에 관한 당헌의 규정을 개정해서 다시 비대위를 출범시키겠다고 한다. 그리고 이준석 대표는 추가 가처분신청을 낸 상태이다. 집권여당이 끝없는 내부소송전에 휘말리는 양상이다. 
 
현재의 상황을 만든 최고 책임이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에게 있다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리고 지금도 집권여당이 사법부의 결정을 회피해서 다시 비대위를 출범시키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검사출신 대통령에 검사출신 원내대표라서 이러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치’로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법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어떻게든 강행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정치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국가운영에도 문제를 일으키며, 사법부의 판단도 무시하는 것이다. 당장 9월부터 열릴 정기국회에서 집권여당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대내외적으로 경제여건이 좋지 않고, 고물가-고환율로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내부 소송전이나 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여론도 점점 더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사법부 입장에서 보더라도, 법원 결정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당헌을 개정해서 비대위를 다시 출범시키겠다’는 것은 일종의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 가령 민간기업의 대표이사가 직무집행정지를 당했는데, 이런 식의 ‘꼼수’로 법원 결정을 피해나가겠다고 해도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일국의 집권여당이 이런 식의 행태를 보이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사실 오죽했으면 사법부가 정당 내부 문제에 개입을 했겠는가? 이번 법원의 결정은 '집권여당이 헌법을 위반하는 사태를 방관할 수만은 없다'라는 고심어린 결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분명히 대한민국 헌법 제8조 제2항에서는,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당원과 국민들이 선출한 당의 지도부를 억지로 ‘비상상황’을 만들어서 비대위로 교체한다는 것은 분명히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래서 사법부가 어쩔 수 없이 가처분신청을 인용한 것인데, 집권여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안타까운 것은 법을 공부하고 법집행을 담당했다는 대통령과 원내대표가 이런 사태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원내대표는 정치인이지 '법기술자'가 아니다. 그런데 여전히 '법기술자'의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현재의 상황을 보면,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정치적 역량을 제대로 쌓지 못한 사람들이 국가운영의 중책을 맡아서는 곤란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유권자인 국민들도 현재의 상황을 보면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서, 선거 때면 비정치인 출신들을 선호하거나 다른 분야에서 ‘스펙’을 쌓은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는 것은, 정치적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에게 권력을 쥐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정치불신을 해소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것은 새로운 사람을 찾고 사람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치를 낳는 시스템(법제도)를 교체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집권여당이 보여주고 있는 ‘정치의 파탄’은 근본적인 정치시스템 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야당은 여당의 파탄을 즐길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정치시스템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지난 대선전에 국민들 앞에서 약속한 선거제도 개혁 등을 진정성있게 추진해야만 할 것이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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