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분쟁(ISDS) 소송에서 31일 일부 패소하면서 ‘론스타 사태’를 야기한 정부 관료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현재 윤석열 정부 경제팀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매각 과정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한 총리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던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의 고문이었다. 같은 시기 추 부총리는 당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관여했고, 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던 때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12년 당시 금융위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한덕수(오른쪽)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정치권과 금융권은 관치금융의 대가를 국민 혈세로 메우게 됐다며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날 ‘론스타 중재판정’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정부의 한 총리와 추 부총리는 모두 론스타 사태와 직·간접적 연관이 있다”며 “이들을 포함해 론스타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론스타 사건은 관료와 투기자본을 살리겠다고 국민과 우리 금융감독의 원칙 모두를 담보로 내놓은 것에 다름없다”며 “론스타 청구금액 6조원 중 4000억원만 지급하면 되니까 문제가 안 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고 일갈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배상금, 이자와 변호사 수임료 약 4400억원을 국민이 떠안게 된 반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얻은 투자이익은 5조원이 넘는다”며 “6조원짜리 소송에서 그나마 일부만 물어주게 됐으니 다행이라는 세간의 말들도 충격적이다.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을 쓰는 정부의 태도라고 도저히 믿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비록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불법 승인 의혹 사건) 공소시효는 만료됐지만 국민의 혈세 청구서는 만료되지 않았다”며 “사고 친 사람, 해먹은 사람은 어디가고 애먼 국민에게 청구서를 내미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라 할 수 없다. 판정문을 공개해서 소송 무효신청 사유가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론스타 ISDS 배상판정 쟁점과는 별개지만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던 때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론스타가 은행을 인수할 수 없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예외 승인을 통해 외환은행을 헐값에 넘겼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금융노조는 이날 논평을 내고 “대주주 적격성을 갖추지 못한, 주가조작 범죄까지 저지른 론스타에 국민의 재산이나 다름없는 외환은행을 넘기는 결정을 한 관료들과 수사·감사 과정에서 이를 확인하고도 눈감아준 검찰, 감독당국 책임자들로 인해 10년 뒤 추가적인 국민의 혈세 2925억원이 지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그리고 그 당사자들은 여전히 이 나라 권력의 정점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