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삼성이 공채를 진행하는 등 주요 대기업이 하반기 채용에 돌입했지만, 10곳 중 6곳은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추가 인력 수요가 없거나 내부 사정의 어려움 등이 영향인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62.0%는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신규 채용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 중 신규 채용 계획 미수립 기업은 44.6%로 전년 동기(54.5%)보다 줄었지만, 채용하지 않겠다는 기업은 17.4%로 전년 동기(13.3%)보다 증가했다.
전경련은 "하반기 채용 계획을 정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겠다는 기업 비중이 전년 동기(67.8%)보다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으로 늘어난 노동 수요가 반영된 영향이나, 최근 글로벌 공급망 악화, 고물가·고금리 등 대내외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하반기 채용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한 대기업 비중은 38.0%로 전년 동기(32.2%)보다 증가했다. 이 중 지난해보다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37.0%, 채용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기업은 50.0%, 지난해보다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은 13.0%로 집계됐다.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에 대해서는 '추가 인력 수요 없음'(30.0%)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회사 사정(구조 조정, 긴축 경영 등)의 어려움(20.0%) △코로나19 장기화, 공급망 불안 등 국내외 경제와 업종 경기 악화(12.0%) △필요한 직무 능력을 갖춘 인재 확보 어려움(12.0%) △경력직 채용 또는 수시 채용 위주 채용(8.0%) △고용 경직성으로 인한 기존 인력 구조 조정의 어려움(6.0%) 등의 순이었다.
신규 채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미래의 인재 확보 차원(41.2%) △신산업 또는 새로운 직군에 대한 인력 수요 증가(29.4%) △회사가 속한 업종의 경기 상황이 좋거나 좋아질 전망(17.6%) 등의 이유를 들었다.
2022 하반기 서울대학교 채용박람회가 열린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서 취업 희망자들이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반기 채용 시장 트렌드 전망에 대해서는 △수시 채용 확대(28.7%)를 가장 많이 꼽았고, △경력직 채용 강화(26.4%) △ESG 관련 인재 채용 증가(11.6%) △언택트 채용 도입 증가(10.5%) △인공지능(AI) 활용 증가(9.7%) △블라인드 채용 확산 등 공정성 강화(6.6%) △4차 산업혁명 분야 인재 채용 증가(5.7%)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이러한 전망을 반영하듯 62.0%는 신규 채용 시 수시 채용을 활용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 중 수시 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19.8%, 공개 채용과 수시 채용을 병행하겠다는 기업은 42.2%, 공개 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38.0%였다. 수시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 가운데 46.3%는 전체 채용 계획 인원 중 50% 이상을 수시 채용으로 뽑는 것으로 집계됐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수출 둔화 등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하반기 고용 시장에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규제 개혁, 신산업 육성, 조세 부담 완화 등 적극적인 정책 대응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