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한국의 로봇 수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데도 부품 생산과 인력 등 경쟁력은 주요 국가 중 낮은 순위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243억달러에 달했고, 이 중 한국의 로봇 시장은 30억달러로 12.3%에 불과했다. 또 글로벌 시장이 연간 9% 성장할 때 한국은 2%대 성장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로봇 산업은 제조업 현장에서 자동화 작업을 수행하는 산업용(제조) 로봇 시장과 의료(수술로봇), 가정(청소로봇), 군사(정찰로봇) 등 서비스용 로봇 시장으로 구성된다. 지난 2020년 기준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는 132억달러, 서비스용 로봇 시장 규모는 111억달러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한국의 산업용 로봇 시장과 서비스용 로봇 시장 규모는 각각 23억달러, 7억달러였다.
한국은 노동자 1만명당 설치된 로봇 대수를 의미하는 로봇 밀도가 전 세계 1위로 확인됐다. 로봇 밀도 세계 평균이 126대인 가운데 한국의 로봇 밀도는 932대로 일본(390대), 독일(371개), 미국(255개), 중국(246대) 등 제조업 경쟁국과 비교해서도 현저히 높았다.
이처럼 높은 로봇 수요에도 한국의 로봇 산업 경쟁력은 주요국보다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 연구 자료에서 로봇 산업 종합 경쟁력을 10점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를 보면 한국(7.4)은 미국(8.4), 일본(9.5), 중국(7.5), 독일(9.3), 스위스(8.3) 등 주요 6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었다.
로봇 부품 생산 역량을 의미하는 조달 부분에서도 일본은 만점에 가까운 9.8점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한국은 6.7점으로 6개국 중 6위를 차지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20년 기준 주요 국가의 로봇 산업 인력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미국은 130, 독일과 일본은 모두 110으로 한국보다 높았고, 중국만이 90으로 한국보다 낮았다.
지난 7월8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무인 로봇 한식당에서 시민들이 식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로봇 산업 중 서비스용 시장은 미국이 전체의 52.1%를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용 로봇 시장의 비중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2020년 기준 45.7%까지 확대됐다.
산업용 로봇 시장 비중은 중국이 전체의 39%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지만, 로봇 제조는 일본이 선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화낙(16%), 가와사키(10%), 야스카와(9%), 스위스의 에이비비(12%)와 독일의 쿠카(12%) 등 상위 5개 기업이 전체 시장의 59%를 차지했고, 한국의 현대로보틱스(2%)는 이들 기업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4차산업의 핵심 분야인 로봇 산업은 제조업 경쟁국들이 미래의 산업 주도권을 위해 전략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분야 중 하나"라며 "한국은 부품의 수입 의존도 개선, 분야별 전문 인력 양성, 산업 내 분업 구조 활성화란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산업인 만큼 일상에서 알지 못하는 기존 규제들이 서비스 발달에 발목을 잡지 않도록 선제적인 규제 혁신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에서 배달 로봇은 승강기 탑승 제한, 보도 통행 불가 등 규제를 받고 있으며, 주차 로봇도 기존 성능·안전 평가를 적용받아 활용이 제한되고 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