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두고 충돌했던 경제계와 노동계가 최근에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과 관련해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18일 국회와 경제계,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7개의 법안이 발의돼 있으며, 이후에도 추가 법안 발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4년
쌍용차(003620) 노동조합의 파업 당시 노조원들에 내려진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노란 봉투에 넣어 보낸 것에서 유래된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조의 사용자 정의를 확대하고, 3조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구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9대·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93개 시민단체·노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이와 관련해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14일 노란봉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최근 발의된 개정안 중 가장 많은 56명의 의원이 참여했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도 46명이 참여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노동관계법상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를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한다'(노동조합법 2조 1호),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 이외에 노동관계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 자의 범위를 명확히 한다'(2조 2호)는 내용을 포함한다.
또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하고는 단체교섭, 쟁의 행위 등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의 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특히 그 쟁의 행위 등이 노동조합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면 개별 근로자에게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3조 1항·2항)는 내용이 새로 추가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93개의 시민사회단체와 노조,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 진보당 등 4개 정당은 14일 '원청 책임·손해배상 금지(노란봉투법)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를 출범하기도 했다.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손경식 "사용자 재산 과도하게 침해" 우려
이와 달리 경제계는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4일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노란봉투법은 우리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노동 3권이 헌법상 보장된 권리이지만, 정당한 쟁의 행위가 아니라 불법 쟁의 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은 또 다른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또 노조의 불법 행위를 보호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해 우리 경제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며 "불법 행위자가 피해를 배상하는 것은 법질서의 기본 원칙인데, 개정안은 오히려 불법 행위자를 과도하게 보호하면서 사용자에게만 피해를 감내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의 경우 1982년에 노란봉투법과 유사한 입법이 있었으나, 위헌 결정이 나서 시행되지 못했다"며 "노란봉투법의 입법 근거로 제시되는 영국의 경우에도 불법 행위 시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상한만 있을 뿐 손해배상 청구 자체를 금지하지 않고, 조합원 개인에 대해서는 상한에 대한 제한이 없다"고 부연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14일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왼쪽 첫번째)을 예방한 자리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민주노총 "쟁의 행위 자체를 부정" 반박
민주노총은 다음 날인 15일 성명에서 "'불법 파업에 대한 면죄부', '재산권 침해' 운운하며 노조법 2·3조 개정에 대한 재계와 수구 언론의 흑색 선동이 난무한다"며 "이들이 이렇게 요란스러운 것을 보면 노조법 2·3조 개정이 재벌과 자본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명확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노조법 2조6호에는 쟁의 행위가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라 명명했고, 이로 인해 손실이 야기될 수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라며 "법에 규정된 대로 폭력과 파괴 행위가 없는 정당한 쟁의 행위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재산권 침해라 얘기한다면 이는 아예 쟁의 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경총은 지난 5월16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경영계 건의서를 법무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에 제출했다. 해당 건의서는 "법 취지에 맞지 않은 경미한 질병도 중대산업재해로 간주할 수 있으므로 시행령에 관련 조문을 신설하고, 경영 책임자 대상과 범위가 구체화할 수 있도록 시행령에 별도의 조문을 신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참여연대는 같은 달 17일 논평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 이후에도 현장에서는 아주 기본적인 안전보건 조치마저 하지 않아 어이없게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자숙과 반성의 태도도 없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불과 6개월도 되기 전에 경영 책임자의 처벌 먼저 면제해 달라는 법 개정 요구는 너무나도 뻔뻔하다"고 지적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